삼성전자, 내년 시스템반도체 투자 처음으로 메모리 앞서

 삼성전자가 내년 시스템반도체 투자 금액을 메모리보다 더 늘린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시스템반도체 투자 규모가 메모리 사업을 뛰어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모리에 이은 시스템LSI 분야에서도 초일류화 전략이 시작됐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내년 반도체 사업부별 투자 계획을 수립했으며 집계 결과, 14조10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금액은 다음 달께 확정할 예정이지만 현재 책정된 예상 규모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번에 책정된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 2009년 12조7300억원에 비해 1조3700억원이 더 많은 금액이다. 반도체 불황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대 매출을 기록한 지난 2009년보다 5% 늘렸다.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투자액은 10조3000억원이다.

 메모리 반도체 투자 규모는 예년 수준인 반면에 시스템반도체 투자가 크게 늘어난다. 현재 책정된 투자 규모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6조8000억원이며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7조3000억원 규모다. 시스템반도체가 5000억원가량이 더 많다. 올해 투자와 비교하면 메모리 부문은 1조원 늘어나는 데 그치지만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60% 증가한 2조8000억원이 더 투입된다. 올해 투자 규모는 메모리반도체가 5조8000억원, 시스템반도체가 4조5000억원이다.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크게 늘린 것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기흥캠퍼스를 시스템반도체 생산기지로 전환 중인데 내년 기존 생산라인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초 양산에 들어간 미국 오스틴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의 장비 확충에도 상당 금액이 투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스템LSI 부문에서 작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10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메모리·TV·모니터·휴대폰·LCD 등에 이어 새로운 10조원 아이템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내년 시스템반도체에 투입하기로 한 7조3000억원은 TSMC의 내년 60억달러(63조원)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인텔과 함께 1,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내년 메모리 부문 투자는 예년 수준으로 시스템반도체 부문보다는 줄지만 PC용 D램 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 경쟁기업과 비교할때 엄청난 규모”라며 “제2의 치킨게임에서 시장 지배력을 크게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표> 삼성전자, 반도체 연간 투자 현황 (단위: 조원)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