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기업은 있으나 사람은 없다

[데스크라인] 기업은 있으나 사람은 없다

스티브잡스가 유명을 달리한 지 일주일. 장례식은 조촐하게 끝났지만, 그를 추모하는 열기는 미국은 물론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가 창조한 i(아이) 세상은 더 뜨겁다. 네티즌들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이승에서의 창조물과 궤를 같이 하는 ‘아이-천국(iheave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그의 마지막 길을 기리고 있다.

 인류역사에서 한 기업인의 죽음이 이처럼 뜨거웠던 것은 처음이라 의아하기까지 하다. 그는 인종차별, 기아 등 세계 평화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헌신한 인물도 아니다. 단지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인의 한 사람이고, 경쟁사 또한 즐비한데 말이다.

 잡스는 IT벤처분야의 아이콘이다. ‘창조적 파괴’로 일가를 이뤄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생태계도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스스로가 구축한 글로벌 인프라를 통해 ‘잡스 스토리’가 충분히 세상에 알려진 것이, 산업화 시대의 어떤 위대한 기업가들을 뛰어넘는 추모 열기로 이어진 것이다.

 애플은 지금 특허분쟁 등으로 회사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지만, 세상을 선도하며 흐름이 된 잡스의 창조물에는 경쟁자들조차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잡스는 IT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고 IT에 묻혀 생을 마감하며 전설이 된, 최초의 IT맨이다. 역사는 아마도 그를 위인의 반열에 올려 기억할 것이다. 출판사들도 유년기 필독서인 100대 위인전에 잡스를 앞 다퉈 끼워 넣을 것이다. 세계사 한 페이지도 잡스로 장식될 것이다.

 IT 역사는 일천하다. 그래서 지금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에 IT 위인은 아직 없다. 물론 현재 많은 IT인들이 존경하는 인물에 올라 있으니, 역사가 그들을 위인으로 기록해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지만 말이다.

 벌써부터 외신에서는 잡스에 필적할만한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 빌게이츠 전 MS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 불행히도 국내 인물은 한 명도 없다.

 과거 세계사에서 한국의 존재는 미미했고, 산업화 과정에서도 주도해 본 적이 없으니 IT사회 이전까지는 너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IT분야에서만큼은 세계 1등을 경험했고 그래서 세계적 IT 인물 한명 쯤 있을 법한데, ‘아직은’ 없다.

 한국에는 분명 애플에 필적하는 ‘기업’은 존재한다. 그러나 스티브잡스에 비견할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IT벤처환경에서는 한 개인이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만큼의 실패·성공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다. 그런 특권은 큰 기업 오너와 그들의 2세, 3세에게 부여되는 것이지, 창고에서 시작하는 IT벤처인의 몫은 아니다.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한국 사회를 풍자한 유머가 떠오른다. ‘학계에서 왕따 당해 학원 강사로 전락한 뉴턴’ ‘발명품 보따리 장사 에디슨’. 어쩌면 잡스도 그 벽을 넘지는 못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