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산업표준화법 50주년 의미를 되새기자

 세계 표준의 날 기념행사가 지난 14일 대한건설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엔 표준화 우수 사례를 발표하고 오후엔 국가표준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 포상도 했다. 지경부 기술표준원이 산업표준화법을 1961년 9월 30일 제정한 지 50주년을 축하하는 뜻 깊은 자리이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 상처를 딛고 농업 중심에서 제조업으로 전환, 올해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여는 데 산업표준화법은 적지 않게 기여했다. 산업표준화법은 지난 50년간 합리적인 표준을 제정·보급하고, 광공업 산업 관련 생산효율·기술혁신·품질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그 의미가 이처럼 남다를 뿐 아니라 국가적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는 VIP도 없는 ‘소문난 잔치’에 그쳤다. 매년 참석하던 국무총리가 불참한 것이다. 국회 대정부 질문 기간이란 이유로 김황식 국무총리는 오후에도 시간을 내지 않았다. 행사날엔 국회 본회의 일정도 없었는데 50주년 의미를 간과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MB와 미국 방문길에 함께 오른 탓에 최중경 지경부 장관도 대신 참석할 수 없어 산업표준화법 50주년 생일잔치 모양새가 구겨졌다. 롭 스틸 국제표준화기구(ISO) 사무총장이 방한, 축하 말을 전해준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산업표준화법에 대한 정부 무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업표준화법은 부처 간 이기주의로 50년 전 용어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기술표준원이 연초 산업표준화법 전문에 적힌 ‘광공업 제품’ 용어를 현실에 맞게 ‘제품 및 서비스’로 바꾸는 법안을 만들었지만 국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가 거세게 반발한 탓이다. 산업표준화 품목 대상이 800여 품목이지만 ‘제품 및 서비스’로 수정하면 환경시설 등으로 확대, 고유 업무가 침해될 것을 우려해 환경부가 반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구조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위주로 점차 바뀌고 산업 간 융합으로 새로운 융합 제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 반해 산업표준화법은 50년째 광공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처 간 이기주의로 인해 산업표준화법이 산업 기술과 트렌드에 뒤쳐지는 셈이다.

 광공업이란 단순 제조업에만 발이 묶인 산업표준화법은 서비스 산업과 융합 제품의 국가 표준을 주도하고 세계화하는 데 한계를 안고 있다. 이미 선진국은 국가표준 대상을 제조업에서 제품과 서비스로 확대, 자국표준을 국제표준으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국 산업 발전과 국익을 위해 글로벌 표준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는 과거 VCR를 놓고 소니 베타 방식과 JVC 비디오홈시스템(VHS) 방식간 표준 전쟁 결과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소니는 기술에 앞섰지만 표준에 패배, 베타 방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산업표준화법 탄생 50주년을 맞아 미래 서비스·융합 산업시대에는 기술보다 표준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곱씹어볼 때다.

 안수민 산업전자팀 부장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