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늘공`과 `어공`

[데스크라인] `늘공`과 `어공`

 재·보궐 선거가 끝났다. 서울시장에 무소속으로 나왔던 박원순 후보가 당선됐다. 서울시민의 표심을 얻은 박원순 씨는 하루아침에 시장후보에서 서울시장으로 타이틀이 바뀌었다. 시민운동가에서 시정을 책임지는 행정가로 변신한 것이다.

 서울시장은 공무원 신분이다. 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일반직과 정무직으로 나누는 데 시장은 선거로 선출되는 정무직에 속한다고 한다. 또 다른 분류법도 있다. 바로 ‘늘공’과 ‘어공’이다. 공무원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늘 공무원인 ‘늘공’과 어쩌다 공무원이 된 ‘어공’이란다. 늘공은 직업 공무원을, 어공은 선거로 뽑힌 정무직을 포함해 방통위 위원처럼 임명에 의해 선임돼 ‘잠시’ 공무를 집행하는 임시 공무원을 뜻한다. 서울시장은 어공인 셈이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이듯 직업 공무원과 임시 공무원은 지위와 역할이 다르다. 특히 행정 관료로 불리는 직업 공무원은 국정 전반에 대한 책임이 더욱 무겁다. 업무에 능숙하고 경험이 풍부한 직업 공무원이 바삐 움직여야 국가 행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영혼이 없는 게 공무원이라는 자조적인 말도 돌았지만 결국 정책을 이끌어 가는 건 ‘늘공’과 같은 직업 공무원이다. 이들이 열심이 뛰어야 제대로 된 정책도 나올 수 있다.

 직업 공무원은 첫째 조건은 전문성이다. 자기가 속한 부처업무는 물론이고 산업에 대한 남다른 식견이 필요하다. 공직자로서 자부심도 중요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프라이드는 기본이다. 그래야 업무에 열정이 묻어날 수 있다.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도덕성도 따지고 보면 높은 자부심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정책에 대해서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소신이 없다면 정치권에 쉽게 휘둘리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기 힘들다.

 그러나 역시 현실은 갑갑하다. 레임덕에 보궐 선거 이 후 줄줄이 이어진 정치 시즌을 감안해도 좀 지나치다. 당장 ICT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렇다. 말 많은 조직 위상은 둘째 치고 공무원들도 힘이 쑥 빠진 느낌이다. 당사자가 들으면 언짢겠지만 활력도 없고 소신 있게 일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히 최근 내놓는 정책도 ‘수박 겉핥기’ 식이다. 산업의 미래를 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데 다분히 소소한 행정적인 처리에 급급한 느낌이다. 오죽하면 최시중 위원장 동정이 가장 관심을 끄는 뉴스라는 말까지 들린다.

 과거 체신부와 정통부 때 이뤄놨던 TDX·CDMA·DMB·와이브로와 같은 ‘한방’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나라도 소신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신 정책은 결국 소신 있는 공무원이 많아야 한다. 이전처럼 치열함과 열정이 떨어진 방통위, 과연 ‘어공’ 책임인지, ‘늘공’ 책임인지 분명치 않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어공은 때가 되면 떠나겠지만 늘공은 다르다. 결국 정책과 업무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게 늘공의 숙명이고 과업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서 문뜩 떠오른 잡생각이다.

 강병준 정보통신팀 부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