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야 절충안이 나왔다. 핵심 쟁점까지는 아니나 야당의 요구사항을 거의 수용했다. 농어업, 축산업의 피해보전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책을 담았다. 유일한 쟁점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다. 이 또한 FTA 발효 이후 3개월 이내 추가 협상이라는 대안을 도출했다.
야권에선 이 대안도 미흡하다고 보나 이 정도라면 비준 표결 논의를 밟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ISD 추가협상을 성공시키라는 단서를 단 셈이기 때문이다. 이 조항의 폐지를 요구했던 야권은 불만족스럽겠지만 표결 처리까지 거부할 정도는 아니다.
야권은 이미 협정에 포함한 ISD를 추가 협상으로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아마도 양국 추가 협상은 진통을 겪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 주장대로 ISD가 독소조항이 아니라면 미국 정부도 협상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일 추가 협상이 실패하면 고스란히 정부와 여당 책임이다. 사법주권까지 내준 원흉이 되지 않으려면 추가 협상을 성공시키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몸싸움과 함께 ‘벼랑 끝 합의’는 우리 국회의 관행이다. 3일로 예정된 본회의 상정에서 또 한 번 확인할지 모른다. 비준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이 관행을 그만할 때가 됐다. 시간을 충분히 두고 토론해도 될 일을 막판까지 가 합의점을 찾는 행태에 질릴 때로 질렸다. 절충안도 진작 열린 태도로 논의했으면 야권 전체가 수용할 안을 만들 수 있었다.
한미 FTA 비준은 재보선 이후 과연 국회가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첫 시험대다. 여당은 무조건 안 된다고 버티다 막판에야 협상하는, 야당은 어느 정도 요구가 반영돼도 초기 입장을 웬만해선 수정하지 않는 관행을 깰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