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사용료 인하 놓고 방통위-정치권 공방

 전파사용료 인하를 놓고 정치권과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감사 당시 지적사항으로 조만간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반해 방통위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발뺌하고 나섰다. 정치권과 방통위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산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심재철 국회의원은 2일 방통위에서 이동통신사 전파사용료를 인하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세부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예 20~30%라고 구체적인 인하폭까지 명시했다. 심 의원은 “관련 시행령 개정 작업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 짓기로 결정해 전파사용료 납부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는 전파사용료로 가입자 1명당 분기마다 2000원씩, 연간 8000원을 정부에 납부해 왔다. 작년 한 해 동안 이통 3사가 납부한 전파사용료는 총 2772억원에 달한다. 20~30% 인하를 기준으로 할 때 한 해 554억~831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전파사용료를 20% 낮추면 554억원, 30%면 831억원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신규 주파수 확보를 위한 지출과 시설 투자비 증가, 통신료 인하 등에 따른 수입 감소를 전파사용료 감면 조치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것이다. 심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통신요금은 10여 차례 내렸지만 전파사용료는 1997년 분기당 8000원에서 5000원, 1999년 3000원, 2000년 2000원으로 내렸지만 2000년 이 후에는 한 차례도 내리지 않았다”며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전파사용료 감면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통위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국정감사 당시에 의견 개진 형태로 이뤄졌고 최시중 위원장이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의례적인 입장을 밝힌 것뿐인데 이미 세부 시행 작업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는 너무 앞서 갔다는 이야기다. 다분히 정부를 겨냥한 정치적인 압박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오남석 방통위 전파기획관은 “전파사용료 인하와 관련해서는 내부에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 며 “단지 국정감사에서 나왔던 이야기일 뿐이며 후속 조치 여부는 아직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표> 전파사용료 납부 현황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