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맛집

 며칠 전 지인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명동 근처 소문난 곰탕집을 찾았다. 전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식당 안에도, 밖에도 사람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림잡아 스무명은 돼 보였다.

 이들은 바쁜 점심시간임에도 기다림을 주저하지 않는다. 기다려서라도 맛나게 한끼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뿐인가. 불편도 감수한다. 밥 먹기 전에 밥값을 먼저 낸다. 자리를 골라 앉는 것은 꿈도 못꾼다. 줄지어 기다리다가 “저기로 가서 앉으라”는 주인의 ‘지시’가 떨어지면 냉큼 움직여야 한다. 그나마 한 테이블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먹어야 한다.

 밥 먹으면서 상대와 이런저런 얘기도 해야 하는데 옆 사람들이 신경쓰여 묵묵히 밥만 먹는다. 사실 시끄러워서 뭔 얘기를 해도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렇게 정신없이 그릇을 비우고 나면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곧장 일어나야 한다.

 식당 주인에겐 참 좋은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줄지어 와서 군말없이 기다리고, 불편해도 불평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이다.

 IT시장에도 이런 맛집이 몇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애플이다. 애플은 폐쇄적으로 모바일 비즈니스를 운영한다. 들어오고 싶은 사람은 들어오고, 맘에 들지 않으면 오지 마라는 식이다.

 그래도 다들 줄지어 애플에 충성을 약속한다. 사업자들은 애플과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줄서고, 소비자들은 1초라도 더 빨리 애플 제품을 사기 위해 밤세워 줄서기를 마다 않는다.

 이런 구조가 나쁘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애플이 가진 경쟁력이 부럽다는 뜻이다. 스티브 잡스 유작으로 불리는 ‘아이폰4S’가 다음주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 2009년 말 첫 아이폰 출시때만은 못하겠지만 명불허전이라고 또 한번의 바람이 예상된다.

 그러고보니 IT시장에 한식 맛집은 없는 것 같다. 소비자가 고생하며 매달려야 겨우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맛깔난 제품을 파는 한국식 IT맛집 말이다. 정부도 사업자들도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용쓰고 있으니 내년 쯤엔 새로운 IT맛집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