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술을 좀 더 알았더라면`…검찰 · 법원의 아쉬운 전문성

 안기수 사장(가명)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법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겪어야 했던 고통을 미약하나마 보상받기 위해서다.

 안 사장은 공업용 세척제를 만들다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했다. 창업 전 다닌 직장에서 자신들의 영업 비밀을 몰래 사용했다며 고소한 결과였다.

 황당했고, 억울했다. 전 직장에서 영업 비밀을 다루지도 않았고 베껴 만들었다던 제품 역시 요리법처럼 누구나 쉽게 공개된 자료로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사건은 금방 끌날 것으로 기대했다. 세척제는 화학제품이다. 성분 분석만 하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지 쉽게 가려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검찰과 법원 모두 이를 따져 보려 하지 않았다. 담당 검사는 수백 장씩 준비한 해명 자료를 전문적이란 이유로 외면했고 법원에 처벌을 요했다.

 법원은 3자 분석을 의뢰할 경우 영업비밀 노출로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는 원고 측 주장만 받아 들였다.

 선고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1심 법원은 국책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해 죄가 없음을 확인 받았지만 무려 2년 6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뒤였다. 회사는 회사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피폐해진 시간이었다.

 최근 기술 이슈를 놓고 법적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허전쟁이란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기술 분쟁은 개인은 물론 기업의 생존 문제로 직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우리의 사법 여건은 어떤 지 돌아보게 된다. 수사기관은 기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잘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실적우선주의에 매몰되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닌 지, 법원은 신속·정확하게 기술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지 말이다.

 최근 법원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과정에서 변리사의 소송 대리권 문제를 놓고 변호사와의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자의 입장이다. 안기수 사장처럼 억울한 피해를 입는 이들이 나오지 않기 위해, 수사기관이나 사법 체계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큰 틀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