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자원개발 30년사, 인내는 쓰다

[데스크라인] 자원개발 30년사, 인내는 쓰다

 우리나라 무역규모가 1조달러를 넘었다. 기적 같은 결과다. 세계 여덟 번째로 글로벌 교역무대 조연에서 이젠 당당한 주연으로 자리를 꿰찼다. 그 중심에 에너지자원이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석유제품 수출 비중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선박·반도체 등 수출 6개 품목 가운데 석유는 매월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정제기술 고도화가 이뤄낸 성과다. 전력발전 원료 30%를 차지하는 석탄과 가스 수입도 급증세다. 우리나라가 세계 4위 에너지 수입국이고 세계 7위 에너지 소비국임을 실감케 한다.

 석유·가스·석탄은 대부분 해외개발을 통해 국내에 들여온다. 일부는 국내에서 생산되지만 양은 미미하다. 에너지자원은 국가 존립기반이 된 지 오래다. 에너지안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자원은 거래 상품이 아닌 자원부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담보하는 전략상품으로 변했다. 일부 국가들이 신자원민족주의를 배경으로 영토전쟁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해외자원개발 역사는 35년째 접어든다. 1977년 한국전력이 25%의 지분으로 참여한 파라과이 샌안토니오 우라늄 탐사사업이 시초다. 정부도 자원개발 정책을 쏟아내면서 미국·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태원에 이슬람 사원을 지으며 산유국 비위를 맞추기도 했다.

 좌절도 있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자원개발 사업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일부 유전은 매각됐다. 지금까지 해외자산을 그대로 갖고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석유·가스공사가 투자한 해외광구에서 많은 양의 천연가스와 원유가 발견됐다. 특히 석유공사가 2009년부터 시험생산 중인 카자흐스탄 아다광구에서 매장원유 추가 발견도 예고됐다.

 “이곳은 카자흐스탄 땅이지만 대한민국 자원영토이기도 합니다. 낯선 땅 오지이지만 우리나라 에너지자원을 위해 더욱 땀을 흘릴 겁니다.”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석유공사 직원은 비장했다.

 통상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은 최소 10년이 걸린다. 국가 간 양해각서 교환 이후 탐사-개발-생산까지 확인할 내용과 돌발변수가 수두룩하다. 이런 이유로 자원개발은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잘 되면 대박, 안 되면 쪽박’이라는 말이 있다. 해외자원개발이 그렇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자원개발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성공의 결과물을 맛볼 수는 없다.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열사의 사막에서, 납치가 횡횡하는 정치 불안 국가에서 자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실패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직 성공의 이유를 찾기 위해 위험과 외로움에 맞서 싸우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30여년, 조금 더 참고 기다려보자.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