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권한대행 pcchun@sbc.or.kr
얼마 전 기업인 모임에서 수십년 간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사업이 더 이상 전망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는 사장을 보고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사양화되는 산업의 흐름 앞에서는 새로 창업한다는 각오와 시각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야 하는데 이것은 오로지 사장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제품에 대한 보완이나 생산기술 개선은 현장 담당자의 지속적인 노력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은 내부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R&D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주기적인 대체 아이템 개발은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내부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R&D 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혁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방형 혁신이란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 또는 제품화 과정에 내부역량뿐만 아니라 외부의 자원이나 기술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도 노력하겠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누군가도 또 다른 방법으로 노력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사례들을 찾아내고 이용할 수만 있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이런 개념은 오늘날과 같은 융합화 시대에 기술적인 문제해결 및 신제품 개발을 위한 중요한 방법론이 되고 있다.
융합이란 기존 산업의 기술, 제품, 서비스를 재조합하여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하는 활동을 말하며, 끝없이 반복되는 혁신활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용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융합의 심화와 가속화를 위해서는 개인의 창의력이 대단히 중요하나 제한적인 인간의 역량으로 모든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소기업간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고부가가치 융합 신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융합제품의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트폰, 복합기 등을 들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스크린골프, 스팀청소기, 롤러블레이드 등 수많은 성공사례가 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기술 융합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기존 블라인드에 모터를 부착한 전동블라인드도 융합제품이지만, 더 나아가 광센서를 부착해 태양각에 따라 각도가 조절되는 또 다른 융합제품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좀 더 실제적인 사례로 광학 응용기술과 악취물질 분석기술을 이용해 황화수소 측정센서를 개발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료에 의하면 국내 융합기술은 선진국 대비 50∼80%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에 정부는 산업융합 촉진에 장애가 되는 기존의 법적, 제도적 한계를 극복할 목적으로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고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 융합화와 개방형 R&D 활성화를 위해 7개 기술융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234억원의 R&D 자금지원 및 교육,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오늘날 개방형 혁신이나 융합은 기업활동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런 측면에서 기술교류를 주된 목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업종교류회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신규 아이템 발굴이란 책상머리에서 고민만 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고 뜻을 함께 할 때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업 간 교류에 보다 적극적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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