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난데없이 KBS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방송광고판매대행(미디어렙) 관련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모인 자리에 6개월이나 묵힌 수신료 문제를 불쑥 내민 저의가 무엇인가. 이리저리 더듬어보지만 ‘판을 깨려는 뜻’ 말고 달리 떠오르는 게 없다.
수신료 문제를 아예 외면하자는 건 아니다. “미디어렙 관련법은 KBS 수신료와도 직결된다”는 심재철 의원(한나라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결코 두 문제를 함께 논의할 때가 아니다. 본질이 흐트러진다. 방송광고를 직접 팔겠다는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가 4개나 되고, 지상파 방송사까지 엉덩이를 들썩인다. 이런 움직임이 미디어 다양성과 공공성을 망가뜨릴 것으로 우려돼 새 미디어렙 체계를 만들려는 것 아닌가. 비록 그 체계가 완전하지 않을지라도 하루빨리 입법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따로 논의해야 마땅하다. 지금은 미디어렙에 집중할 때라는 얘기다. 가뜩이나 한나라당은 일련의 방송법 개정작업에서 ‘날치기 논란’을 자초하지 않았던가. 야당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KBS 수신료 인상 관련법까지 밀어붙인다면 시청자 불신을 살 수밖에 없다. 미디어렙 관련법부터 바꾼 뒤 차분히 수신료로 넘어가는 게 좋겠다.
공영방송 수신료는 수신기를 가진 모든 시민이 함께 부담하는 ‘준조세’에 가깝다. 돈을 왜 내는가. 방송에 정파적 이해나 욕심이 스며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은 KBS의 공공성마저 의심을 받는다. 시민이 기꺼이 수신료를 낼, 전제 요건이 무너진 것이다. 수신료 인상에 앞서 해결할 게 산재한다. 한 번 더 공론화한 뒤 탁자에 올리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