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워룸`을 가다

고려대학교는 3월 오픈 예정인 사이버국방학과 `워룸`을 공개했다. 학생들이 해킹에 대비한 수업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고려대학교는 3월 오픈 예정인 사이버국방학과 `워룸`을 공개했다. 학생들이 해킹에 대비한 수업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방화벽에 침입이 감지됐습니다. 1번 스크린을 주목해주세요.”

 긴박한 공기가 감돌고 있는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워룸(war room)’ 안은 6개조 36명 조원들이 바쁘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가장 먼저 침입시도를 감지해 낸 것은 1번조다. 1번 조원들은 입수한 침입시도 트래픽 정보를 각 조원들 스크린으로 전송했다. 덤프(Dump)한 악성코드의 실행 바이너리 파일을 LED 화면 2, 3번으로 공유해 3번조 코드분석팀이 분석하도록 조치했다. 코드분석팀의 재빠른 분석작업으로 4번 침입방어조에서 이를 처리, 방화벽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사이버전사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된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워룸의 가상 워(war) 게임 시나리오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는 사이버전쟁, 테러 등 위기상황에 대한 모의 실습훈련을 위해 캠퍼스 내에 워룸을 설치했다.

 ◇국내 대학 중 최초 워룸=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주요 기관에도 워룸이 설치돼 있지만 일반에 공개된 적은 없다. 국내에서 대학 내 워룸이 설치된 것도 고려대가 처음이며 일반에 공개하는 것도 최초다.

 워룸은 전시에 군 통수권자와 핵심 참모들이 모여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작전을 협의하는 곳이다. 벽면에 상황판이 설치돼 있어 전시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 또는 점검할 수 있다. 칸막이가 없어 정보 공유와 의견 교환도 원활하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워룸은 이런 워룸의 고유 특징을 잘 살려 개설됐다.

 사이버국방학과 워룸은 약 40평 규모로, 내부엔 6개의 원탁과 36대 컴퓨터가 놓여있다. 총 36명이 6개조로 나눠 이용 가능하며, 별도의 서버룸과 상황분석룸을 두고 있다. 벽면에 대형 상황판은 물론이고 일반 관제시설에 들어가는 방화벽, 통합보안관리(ESM), 침입방어장비(IPS) 등 다양한 보안장비를 구비했다.

 ◇실무이론 겸비한 사이버전사 양성 산실=김휘강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시스템 인프라를 갖추는 데만 4억원가량이 들었고 관제용 SW와 워룸용 SW 등 솔루션에 6억원정도가 추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학과 멀티미디어 실습실을 만드는 데 2억원정도가 소요되지만 고려대는 5배나 더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워룸 설치를 택했다.

 사이버국방학과 학생은 두 학기에 해당하는 32주간 워룸에서 집중 교육을 받고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사이버전사로 탄생된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은 ‘워룸 어워드’ 등 포상을 통해 명예도 쌓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졸업 필수과정으로 해킹방어전을 실전형으로 치러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전략·전술 능력 및 창의력을 평가받고 현장에서 요구되는 팀워크와 협업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측은 “워룸이 포렌식 심화교육에도 적합해 사이버국방학과의 사이버전 교육은 물론이고 정보보호대학원 포렌식 과정 등 다양한 분야 학습을 위해 워룸을 활용할 예정”이다.

장윤정기자 lin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