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2012년 우리가 가진 자산은

 ‘제조업 체감경기 싸늘’ ‘수출기업 체감경기 둔화’ ‘벤처기업 체감경기 악화 지속’ ‘서민가계 체감경기 악화’. 각 분야 단체들이 전하고 있는 2012년 산업계 체감 온도다. 1월 이상한파 만큼이나 ‘꽁꽁’이다.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글로벌 경기도 우리에게 암울하다. 재정위기로 몸살이 걸린 EU는 극심한 시장불안에 회원국 간 입장 차이까지 발생하면서 한치 앞도 안 보인다. 거대시장 미국도 재정적자 감축과 부동산시장 부진에 따른 저성장 전망에 얼어붙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미국과 EU가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서 강대국 미국과 중국 간 파열음이 들려온다. 시장도 작고 무역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는 불안하기만하다. 2012년 임진년은 이렇게 출발했다.

 과거를 한번 돌아보자. 어쩌면 올해는 과거 어느 때보다 새로운 도약의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가진 해가 아닌지. 2012년 우리가 가진 자산을 냉정하게 짚어 보자.

 보릿고개를 겪던 시절 우리는 따뜻한 날씨 덕에 의식주 걱정 않던 동남아 국가들이 부러웠다. 또 산업화 당시에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자원강국을, 세상이 온통 ‘아메리칸 스탠더드’를 ‘글로벌스탠더드’로 인식하던 시절에는 미국의 힘을 동경했다. 하지만 우린 처해진 환경에서 해법을 찾아왔고, 우리조차 모르는 사이 내재화된 적응력은 경쟁력으로 승화했다.

 물 컵에 담긴 물을 절반 밖에 남지 않았다고 볼 것인지,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고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다.

 2012년 지금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IT인프라 강국이자 하드웨어 강국이다. 이 사실이 지금은 껍데기(인프라와 하드웨어)만 있고 가장 중요한(?) 알맹이(SW)가 없는 절름발이로 조망되고 있지만, 뒤집어 보면 우리는 남들이 갖지 못한 탁월한 IT인프라와 하드웨어산업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 전체가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 제조업·수출중심국인 독일만큼은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하는 상황을 보자. 유로화 가치급락이라는 환경 변화가, 수출로 먹고 사는 독일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영국·프랑스와 달리 제조업이 튼튼하니 이렇게 기회가 오는 것이다.

 2012년 현재 우린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쇼크’에서 찾아낸 기회가 있고 글로벌 위기를 지켜낸 IT 수출 경쟁력도 있다. 프리미엄코리아를 알리는 대기업이 있고, 틈새를 누구보다 빠르게 파고드는 벤처기업이 있다.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도 우리의 자산이다.

 역설적이지만 올해는 ‘정치권의 반성 목소리’라는 지금까지 없었던 큰 자산이 우리에게 있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축적된 자산은 다시 한 번 ‘정반합(正反合)’으로 승화할 것이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