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역할에 대한 비판이 많다. 출범한 지 4년 된 방통위는 그동안 진흥기관이 아닌 산업 규제기관이란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초 방송과 통신 산업 융합에 대비해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합쳐서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의도와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방송에 올인하면서 통신, 특히 인터넷 관련 각종 규제를 양산했다. 때문에 방통위가 인터넷 생태계를 훼손하고, 국내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로 시장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그 면면을 확인해 보면 진정 방통위가 산업진흥기관인지 의문이 든다. 폐지가 예정된 ‘인터넷 실명제’가 대표적이다. 학계와 업계, 시민사회로부터 실효성 없고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란 비판을 들으면서도 고수했다. 유튜브가 한국에서 떠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선정만 했을 뿐 장기적인 정보기술(IT) 전략과 미래지향적인 방송발전 방향 등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또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해외에서 개인적으로 사다 쓰는 촌극도 있었다.
여러 뒷북 정책으로 ‘IT강국 한국’의 위상은 급전직하했다. 실제 세계적인 권위지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의 인텔리전스유닛(EIU)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 출범 전 3위를 기록했던 ‘한국 IT 경쟁력 지수’는 2008년 8위, 2009년 16위, 2011년 19위로 추락했다. 이제 더 이상 한국은 IT강국이 아니란 이야기다. 물론 방통위의 초라한 성적표가 방통위 구성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IT강국이란 환상에 취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거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등한시했던 이 모두의 책임이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주무기관으로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방통위의 가장 큰 문제는 진흥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신생 기업을 지원하고, 벤처 생태계를 살리는 로드맵과 정부 지원책을 주관해야 할 방통위가 오히려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고 있지 않은가 되돌아봐야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인터넷 실명제’ 폐지는 결론이 아니라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구글 어스(Google Earth)’에서는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지도를 한국에서는 지도법을 비롯한 관련 규제 때문에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한다. 공공기관이 가진 데이터베이스(DB)도 많이 공개됐지만 상당수는 아직 묶여 있다. 그리고 사업자의 부담을 가중하는 각종 모니터링제도와 심의제도 등 고쳐야 할 규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라도 방통위는 인터넷과 방송산업을 진흥할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IT산업의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휴대폰 등에 이은 지식 집약적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산업발전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skjsk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