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와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 홍보에만 치우친 ‘상생’에 관련 업체가 몸살을 앓는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와 통신장비 대기업, 중소기업이 기술이전과 입찰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는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삼성전자, LG에릭슨, 노키아지멘스 등과 손잡고 중소업체에 기술을 개방해 협력사가 일부 롱텀에벌루션(LTE) 장비를 직접 개발, 공급할 수 있도록 했지만 1월 현재 시제품조차 나오지 않았다.
당초 SK텔레콤 LTE 기지국 라디오유닛(RU) 50%가 중소업체에서 공급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해당 기업들은 상반기 전국망 완성을 앞두고 물량을 생산하지 못해 허탈감이 크다. 그나마 일부 제품을 공급한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기술교류 없이 주문생산(OEM) 수준에 머물러 ‘협력업체가 아닌 하청업체’라는 자조가 팽배하다.
업체 한 관계자는 “LTE 전국망을 상반기 내 완성한다는 데 우리는 제품이 없어 망 구축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추가 물량이나 기대해야 할 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기업이 당초 협약과 달리 기술 공개를 꺼리는데다 이를 주관한 SK텔레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탓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각 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투자비용 등 여러 핑계로 인터페이스 이전을 피하는 분위기는 공통적”이라며 “협약을 맺은 7월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쭉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측은 “LTE 전국망이 생각보다 빨리 구축돼 부작용이 있었다”며 “중소업체와 상생해야 한다는 큰 틀은 변함없으며 대기업과 협력해 기술개방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저가 입찰제 폐해도 여전하다. LG유플러스는 공사 낙찰이 예정가격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회사가 지난해 9월 공정거래·동반성장 범위를 1차 협력사에서 2차 협력사로 확대하며 상생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최저가 입찰제는 유지해 실질적으로는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최근 LG유플러스 입찰에 참가한 한 공사업계 관계자는 “무제한 경쟁 입찰이라 하한선이 없어서 50~60%에 낙찰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 최저가 입찰제는 공개석상에서도 논의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공사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서는 “일감이 줄어들어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특히 LG유플러스 입찰에 들어가면 공사대금의 40%밖에 받지 못한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사업계 관계자는 “입찰 예정 가격 70% 정도는 돼야 밑지지 않지만, 협력사 관계를 유지하거나 이미 있는 인력을 놀릴 수가 없으니 적자를 감수하고 무리해서 공사를 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난감한 상황을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측은 “지난해 합병 직후 협력사로 들어오기 위한 일부 출혈 경쟁이 있었지만 많이 해소 됐고 대부분 정상화된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오은지 기자 onz@etnews.com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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