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사업자가 지상파TV KBS2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강도 높은 시정명령을 내놨지만 이미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진 뒤였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는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이 지상파 3사에 지급해야 할 이행금이 1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며 지상파 방송 송출 중단을 선언했다.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는 지상파 방송 3사와 협상이 어렵게 되자 수신료를 받는 KBS부터 우선적으로 송출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취했다. 시청자 혼란을 우려해 이날 오후 3시 먼저 KBS2를 끊었다. 향후 MBC·SBS 순서로 방송을 중단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오후 5시 30분께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송출을 중단한 케이블TV사업자에 △이날 오후 8시까지 송출을 재개하고 △2일 이내에 협상타결 방안과 방송 중단에 따른 시청자 보호대책을 제출하도록 하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5000만원, 과태료 500만원 부과 조치를 의결했다. 시정명령 불이행시 18일 오후 8시부터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는 제재조치가 더해졌다.
케이블TV사업자는 방통위 의결과 관계없이 재송신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KBS2 방송 송출을 중단할 방침이다.
케이블TV업계와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해 재송신 대가 산정 협의회까지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 사이 법원이 지상파 방송사가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중지 가처분 소송’에 따른 ‘간접 강제’를 받아들여 케이블TV업계가 지급해야 할 이행 강제금이 16일 현재 100억원(케이블업계 추산 97억5000만원)에 달한다. 지상파 측은 이를 근거로 가입자당 과금(CPS) 280원을 고수하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방통위가 제도 개선반을 꾸린 건 2010년이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지난해 11월 전체회의를 열어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종이호랑이’ 으름장에 불과했다. 지상파 방송발전기금 산정 기준 변경, 케이블 자사 광고시간 축소 또는 폐지, 과징금 대책 등을 내놨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날도 송출 중단을 앞두고 협상 연장을 종용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미디어렙법 표류처럼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에 휘둘린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KBS2 채널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돼 있지도 않고 수신료를 받는 보편적 서비스 대상이므로 의무재송신 채널에서 빠진 건 입법 미비사항으로 보완해야 한다”면서 “방통위가 KBS를 설득해서 재송신 대가 산정에서 빠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