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준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sejoon@korea.ac.kr
오픈 이노베이션이 기업경영 전략 화두로 떠올랐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연구·개발·상업화 과정에서 외부 파트너의 기술 혹은 지식을 공유, 활용해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즉, 기업경영 전략의 핵심인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앞다퉈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투자액이 1998년 8조원에서, 2005년 18조6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은 발전을 위해 R&D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투자 규모가 커짐에 따라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나 기술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이전 내부에서 보유한 각종 기술 및 다양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진정한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게 먼저다.
외부뿐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도 적극적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성화로 오픈 이노베이션 통로가 확장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소비자가 창조적인 아이디어 및 의견을 제안하는 문화 역시 발달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발달과 빠른 IT 환경변화에 따라 오픈 이노베이션 역시 진화하고 있다.
IBM은 지난 2006년부터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의견을 듣는 온라인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직원과 가족, 협력사는 물론 관련 학계 전문가까지 참여해 의견을 제시, 토론하고 검증한다. 사내외 아이디어를 하나로 묶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이노베이션 잼’ 결과로 IBM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고 신규 사업에 진출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국내 기업은 삼성SDS다. 삼성SDS는 지난해 다양한 전공 대학생의 신선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기획과 특허출원, 채용까지 연계하는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IT를 통해 세상을 스마트하게 변화시키겠다는 취지로 대국민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 공모전 ‘에스젠코리아(sGen Korea)’를 실시, 지난 12월 한 달 동안 3000건이 넘는 신사업 아이디어를 수집했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디어 발굴 단계에서만 대중의 지혜를 구하는 게 아니라, 심사할 때에도 자문위원과 국민평가단, 네티즌평가단, 사내평가단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대중의 지혜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청정원 역시 외부 아이디어를 사업에 적용하는 기업이다. ‘주부 모니터요원 제도’로 주 고객인 주부를 대상으로 제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실제로 ‘카레여왕’이라는 제품은 채소가 풍부한 카레를 원하던 주부 의견을 반영, 상품화됐다.
이처럼 기업은 다양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위해 모든 문을 열어놓고 신사업에 대한 연구와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많은 기업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는 과정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 수많은 아이디어 제안 이벤트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5%의 영감(inspiration)과 95%의 땀(perspiration)으로 이루어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달리 표현하면 반짝이는 영감의 발굴 과정은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기업이 아이디어 발굴 이후의 과정 즉, 아이디어를 다듬고 필요한 곳에 적용, 전파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봉착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아이디어 발굴과 추출, 개선과 전파의 고통스럽고 긴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 비전과 경영진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더 이상 이론서의 개념이나 기업 운영의 선택이 아닌 기업 생존을 위한 핵심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 대중의 지혜를 활용한 창의적 혁신을 위해 기업은 아이디어 빗장을 활짝 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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