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무역 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반전했다.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늘면서 무역적자가 19억 6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적자 폭 규모도 예상 외로 컸다. 지난 2010년 1월 8억 달러 적자 대비 두 배를 훌쩍 넘었다.
무역 적자 소식에 국가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재정 위기 해소 지연·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새해 첫 달부터 적자를 기록한 터라 심리적 불안이 더해졌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85%에 달하는 산업 구조 특성상 당연히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무역 1조 달러 달성이란 무역대국 위상에 올라섰지만 수출 의존형 성장은 국가경제 아킬레스건이다.
정부는 당장 진화에 나섰다. 국제금융위기로 선박수출이 부진한데다 국제유가마저 상승해 무역수지가 불안해졌을 뿐 기본흐름은 우려할 정도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3일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도 열고 무역흑자 기조 유지 전략을 논의했다. 무역금융·해외 마케팅 등 정부 수출 지원 역량 60%를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쏟아 붓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2월 무역수지가 당장 흑자로 반전하기엔 대외 경제 여건이 너무 어렵다. 하반기에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가는 만큼 2월엔 적자폭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내달 1일 2개월 연속 적자란 정부 발표에 국민은 또 한 번 동요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13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상흔을 아직도 가슴속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적자(赤字)와 흑자(黑字)의 의미는 국민 감성을 자극할 정도로 파급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붉을 적(赤)과 검을 흑(黑) 한자를 쓰게 된 배경은 수지 결산에서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면 `붉은 글씨`로 수입이 지출을 넘어서면 `검은 글씨`로 기록하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한문학자들에 따르면 `붉다`는 뜻을 지닌 한자는 적(赤)·주(朱) 등이 있다. 적(赤)은 사람을 불에 태우는 모습을 형상화한 갑골문자에서 변했다. 사람을 태울 정도로 시뻘건 커다란 불 색깔을 `적(赤)`으로 표현했다. 주(朱)는 적(赤)에 검은 색(黑)을 더한 것이다. 뜻은 같지만 한자마다 의미는 조금씩 다른 셈이다.
무역 적자(赤字)를 무역 주자(朱字)로 표현하면 어떨까. 무역수지가 앞으로 개선돼 흑자 달성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것이란 점에서 `적(赤)`이 아닌 붉은 색과 검은 색이 섞인 `주(朱)`를 사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 당장은 어렵지만 수출전망이 비관적이지 않기에 단기 무역 수지 결과에 긴장은 하되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가장 먼저 헤쳐 나간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
-
안수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