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미국 코닝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유리기판 합작사를 설립키로 하면서, LCD를 포함한 평판디스플레이(FPD)용 소재 시장에 격변이 예고됐다. 단편적으로는 40여년에 이르는 코닝과 삼성의 협력 관계가 OLED 시장까지 확대되는 의미가 있다. 코닝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OLED 시장 진출을 추진해 왔던 삼성코닝정밀소재(SCP)는 향후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에 OLED용 기판 시장을 선점했던 일본 아사히글라스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합작사 설립 배경=미국 코닝은 지난 2일(현지시각) SMD와의 합작사 설립 발표에서 자사의 `로투스(Lotus) 글라스`와 SMD의 OLED 기술력을 결합, 차세대 OLED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IT 기기는 물론이고 대형 TV 시장에 이르기까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양 사는 50대 50 지분으로 조만간 합작사를 설립하고, 생산 공장도 국내에 구축할 방침이다. 출범일은 4월 초로 전해졌다.
이번 합작사 설립은 코닝 측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5년 합작 설립한 SCP를 통해 LCD용 유리기판 사업을 국내서 진행해 온 코닝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OLED용 기판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작사 설립은 코닝 측에서 강력하게 원했던 사안”이라며 “지난해 이후 정체를 겪고 있는 LCD 유리기판사업을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SCP 매출액은 전년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닝 본사도 LCD 유리기판 사업 매출액은 전년과 비슷하지만, 순이익은 22%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OLED용 기판 사업을 선점하는 것이 과제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코닝은 지난해 10월 고온 공정에 강한 OLED용 유리기판 로투스를 처음 공개했다.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OLED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SMD를 최대 고객으로 확보한 셈이다.
◇향후 전망=SMD는 4.5세대 및 5.5세대 OLED 라인에서 거의 전량 일본 아사히글라스의 기판을 사용해 왔다. OLED 기판 제조에 사용되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공정은 내열성이 강해야 한다. 공정 온도가 LCD 공정보다 100℃ 가까이 높기 때문이다. SMD가 OLED 양산에 본격 나선 2009년 당시 코닝과 SCP는 OLED용 기판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SMD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5.5세대 생산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면서 새로운 기판 공급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새로운 합작사 설립으로 향후 아사히글라스의 비중 축소가 예상된다. SCP는 코닝과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OLED 기판 시장 진출을 타진해 왔다는 점에서 최대 피해자로 지목된다. 코닝이 직접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OLED 기판 사업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MD가 일본 우베코산과의 플렉시블 기판 합작사 설립에 이어 유리기판까지 코닝과 새로운 합작 관계를 맺음으로써 차세대 소재 시장에서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역할은 축소될 수 있다”며 “SCP는 해외 시장 진출, 신소재 사업 개발 등을 포함한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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