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상용화 6년만에 100만 가시화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가 서비스 상용화 6년 만인 올해 100만명을 지각 돌파할 전망이다. 뒤늦은 100만 가입자 달성이 관점에 따라 재도약 계기 또는 퇴출 근거로 해석될 수 있어 방통위 향후 정책 방향이 주목된다.

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는 82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KT 가입자는 76만3000명이다. SK텔레콤은 가집계 기준으로 5만5000~5만6000명이다.

지난해 3월 KT 와이브로 전국망 구축 이후 가입자가 매월 수만명씩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6월께 전체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6월 첫 와이브로 서비스 개시 이후 6년 만에 100만 가입자 달성이다. 당시 2010년께 가입자 800만명을 점쳤던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경쟁서비스 LTE는 상용화 1년도 안 돼 가입자 200만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에 최근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와이브로 가입자는 지난해만 35만명가량 증가했다. 앞서 4년간 가입자가 45만여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역대 최대 규모 증가폭이다.

100만 가입자 평가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방통위는 이달 KT·SK텔레콤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 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심사는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 완료된다. 심사점수가 나오면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전체 또는 부분 할당을 포함한 주파수 재할당 여부를 확정한다.

주파수를 최고 자원으로 여기는 사업자는 재할당을 추진 중이다. 현재로서는 KT에 비해 가입자가 현저히 적은 SK텔레콤이 다급하다. SK텔레콤은 와이브로를 부족한 유선망을 보완하는 백홀망으로 많이 활용하는 만큼 가입자만으로 주파수 활용도를 평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근 SK텔레콤은 방통위에 월간(12월) 가입자를 신고하면서 백홀용 IP를 포함해 8만8496명으로 했다가 수정 요구를 받고 5만5330명으로 정정했다. 그간 방통위 월간통계는 실 서비스 가입자만을 기준으로 집계됐다. 실무진 착오였다는 설명이지만 SK텔레콤이 그만큼 가입자 수에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방통위는 지난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와이브로 기반 제4 이통사업자 선정 작업이 물거품된 뒤로 좀처럼 정책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미 LTE 가입자가 와이브로를 두 배 이상 추월한 상황에서 사업자에 와이브로 투자 확대를 요구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방통위가 와이브로 존폐 여부는 차기 정권에 넘기고 재할당 심사는 상징적인 투자의무를 부여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자칫 알맹이 없는 재할당 심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자료:방송통신위원회·업계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