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와 관련한 망 중립성 문제가 산업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통신과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간판기업이 스마트TV의 망 중립성 현안을 놓고 적극적인 실력 행사에 나섰다. KT는 9일 인터넷망을 무단 사용한다는 이유로 `삼성` 스마트TV에 접속 제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스마트TV에 접속하는 인터넷 라인을 차단해 서비스를 끊겠다는 것을 의미해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마트TV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접속이 필수며 인터넷망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스마트TV는 사실상 `멍텅구리TV`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사업자 이해관계로 이용자에게 피해를 미칠 수 있는 점에서 접속 차단이 이뤄지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KT는 당장 10일부터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접속하는 인터넷 망을 차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만 겨냥한 배경에 대해 TV 간판기업이라는 상징성과 협상 수위를 들어 자칫 통신서비스와 제조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실력대결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졌다. LG전자는 망 이용 협상에 적극적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서 삼성과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KT 측은 “100만대 스마트TV 보급 대수 가운데 대략 10만대가 인터넷에 접속돼 있고 이 중 절반이 삼성 제품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이들 가구는 접속 제한 조치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T는 이에 앞서 지난해부터 스마트TV가 다른 단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트래픽을 유발한다며 제조업체에 공동 대응을 요청해 왔다.
KT에 따르면 스마트TV는 PC와 달리 HD·3D급 대용량 고선명 트래픽을 장시간 송출해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방송 중계 시 수백 배의 트래픽을 증가시켜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통신망 블랙아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 통신사업자연합회를 앞세워 지난 1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통신사-스마트TV 사업자` 협력 제의를 시도했으나 제조업체는 협상을 회피하는 소극적 자세를 지속해 왔다고 덧붙였다.
무단으로 KT 가입자 선로를 이용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 79조 1항에 해당한다고 언급해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쳤음을 시사했다. KT측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애플과 콘텐츠업체간 동반성장 사례처럼 스마트TV도 상생모델을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KT 조치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측은 “KT 측에서 협상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다만 정부의 망 중립성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하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KT의 일방적인 차단 조치가 시장 지배적 위치를 남용한 횡포라고 반박했다.
KT가 `인터넷망 무단 사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가구마다 인터넷 서비스를 계약해 쓰고 있는데 `무단`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이용료를 운전자가 아니라 현대차 같은 차량 제조사가 부담하나`라는 비유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자칫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는 국내 TV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국산 TV는 글로벌 1, 2위 대표 품목”이라며 “이번 조치로 TV 제조사가 국내에서 어떤 형태로든 부담을 안게 되면 다른 수출국가에도 모두 유사한 비용을 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회사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방통위는 KT 조치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방통위는 “이미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망 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한 상황에서 KT의 차단 조치가 자칫 망 중립성 원칙의 사회적 합의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위반으로 판단되면 시정 명령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본질인 트래픽 폭증에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 김승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