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함께할 때 더욱 커지는 힘, 知天命 중소기업

남명근 중소기업중앙회 회원지원본부장 nmg@kbiz.or.kr

올해는 중소기업정책 시작과 더불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태어난 지 50년 되는 해다. 우리경제는 경제개발 50여년 만에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규모 1조달러를 달성해 세계 경제사에 큰 획을 그었다.

[ET단상]함께할 때 더욱 커지는 힘, 知天命 중소기업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즉, 50세가 되면 천명을 안다는 것은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우리 협동조합도 이제 스스로 세상과 소통하고 조응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셈이다.

지난 50년간 협동조합은 중소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해소하고, 개별 중소기업이 추진하기 어려운 일은 공동사업을 통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다. 일례로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은 공동브랜드 `펌프로`로 판로개척을,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은 세계적 규모 협동화단지 조성으로 세계 최강 해양기자재를 생산하는 등 업계 발전을 견인해 오고 있다. 그 결과 1962년 117개였던 협동조합은 2011년 말 기준 956개로 증가했다.

이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좀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매개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FTA 확대, 기술 융·복합화, 제품 라이프사이클 단축, 빠른 소비 트렌드 변화 등 경제 환경은 점점 더 개별 중소기업 혼자 힘으로 대처하기 힘들게 변해간다. 이처럼 경쟁 밀도와 변화 정도가 높아질수록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은 개별화가 아닌 연대와 협력으로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개별기업 입장이나 국가 전체로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원부자재 공동구매와 공공기관에 대한 제품 공동판매 등 전통적인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에서 기술과 디자인을 공동 개발하는 스마트한 조직, 공동브랜드 개발과 국내외 마케팅 전개를 통해 소비자를 이해하는 조직, 공동시험검사와 품질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경제적 조직, 공동오폐수시설 및 공해방지시설을 설치하는 그린형 조직, 해외시장 개척과 해외전시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조직, 조합원 경영컨설팅과 인재양성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지식창조형 조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1000여 협동조합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는 협동조합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지원단을 통해 조합별 특성에 적합한 공동사업개발을 적극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혁신형 협동조합을 집중 육성하고, 협동조합이 활발한 공동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원활한 자본조달체계 마련과 조합원 상호간 신뢰 구축을 위한 교육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실상 기능이 상실된 부진조합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건강한 협동조합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규정하고 있는 협동조합 기본원칙 중 하나인 협동조합 간 협동을 촉진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다.

정부도 협동조합은 자조 조직이므로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탈피해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직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시대적 요청이자 중소기업 자조조직 육성을 명시한 헌법 제123조 의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비록 하나의 힘은 미약하나 여럿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한다는 `군경절축(群輕折軸)`의 교훈처럼 많은 중소기업이 스몰 자이언츠로 성장하는 데 중소기업협동조합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