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夏)나라를 세운 우왕때부터 치수(治水)는 통치를 뜻했다. 우왕은 황하의 범람을 막은 공로로 성군의 자리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다. 우왕은 아버지 뒤를 이어 치수를 담당했던 관리를 거쳐 순임금으로부터 왕위를 계승받았다. 수자원공사 사장이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은 셈이다. 고대 사회가 `물 관리`에 얼마나 치중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근래에도 치수는 중요한 국가사업의 하나다. 지난해 대규모 홍수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태국 정부는 치수의 실패를 인정하고 물 관리를 위해 수조원의 국고를 투입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우왕의 치수`와 비견되는 국가적 사업으로 내세웠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경기 살리기 명분도 제시했다. 관광 사업 육성도 포함됐다.
그러나 물 전문가들은 `먹는 물` 사업에 관심을 높일 것을 주문한다. 물 부족 국가에 포함된 우리나라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블루골드`로 지칭되는 먹는 물 사업에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설명이다.
`물 전쟁`은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환경 영화 `블루골드`에 따르면 개도국들은 먹는 물의 대부분을 작물 재배에 사용한다. 이 작물들을 선진국이 수입하면서 이미 물 빼앗기에 나서고 있다고 고발했다. 먹는 물 시장을 선점한 다국적 기업들 중에는 개도국 수도 사업을 도맡으면서 물 값을 크게 올린 사례도 소개됐다. 물 상품화를 통한 경제 침탈에 해당한다.
물 전쟁의 핵심은 첨단 기술이다. 최근 일본에서 개최된 나노 전시회에서는 나노 기술을 적용한 대규모 `수처리` 특별관이 열렸다. 일본 정부 지원이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한국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수 처리 분야만큼은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노산업 올해 예산이 크게 줄어든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먼 얘기다. 올해 말 들어서는 새 정부도 치수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나 관광 사업 육성에 그치지 않고 국가 미래를 결정짓는 사업이 돼야 하지 않을까.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