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과학기술이 국력이다

“오는 2050년께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실질소득 8만1462달러로 세계 2위.”

믿기지 않는 숫자다. 국제금융시장의 3대 `큰손` 골드만삭스가 지난 2005년 이 같은 예측치를 내놓았다. 마냥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조선 사람들은 초가집에 살며 짚신을 신었다. 1910년엔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2012년 우리 모습은 어떤가. IT강국이 됐다. 세계 젊은이들 손에는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1980년대 유행하던 소니나 아이와의 휴대형 카세트가 우리 나라 최첨단 제품으로 바뀐 지 오래다. 미국서 판매된 3D TV는 4대 중 3대가 한국산이다.

무역액으로 따져도 엄청나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무역액은 1조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입을 합쳐 1조달러가 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 총 9개국밖에 없다.

국민 1인당 실질소득 세계 2위가 공허한 얘기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대전제가 있다. 강대국 역사를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고대 로마제국이 강성해진 이유에 대해선 설이 분분하다. 몇 가지를 추리면 개방성과 국가시스템, 귀족의 역할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이질문화를 수용하는 개방성이야말로 로마제국을 건설하는 원동력이 됐다. 찬란했던 그리스의 과학과 기술이 대거 로마제국에 흡수되면서 전쟁을 위한 무기 개선과 원형경기장 같은 초대형 건축물이 나오게 됐다. 효율성을 강조한 개방형 국가 시스템이 주변 민족의 과학기술을 대거 흡수하는데 효과를 냈다는 얘기다.

한때 해가 지지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이 산업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실용주의 노선의 유럽 신교도들을 모두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이주 정착금까지 쥐어주자, 신교도 과학기술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들은 영국의 산업혁명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미국과 러시아가 강대해진 것도 과학기술에 있다. 2차 대전 이후 독일 과학자를 러시아와 미국이 양분했다는 얘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엔 중국이 우주정거장을 쏘아 올리는 등 우주강국으로 주목 받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을 해킹했다는 설도 있고, 문화혁명 때 중국을 떠난 똑똑했던 인력이 미국서 세계 최고 과학기술자로 성장해 돌아갔다는 얘기도 회자됐다.

과학기술은 창의고, 창조다. 진정 세계 2위의 국민 1인당 실질소득 실현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를 소중히 했던 세종대왕과 창의·도전정신으로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을 만들었던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들여다보자. 분명 가능한 일이다.

박희범 전국취재팀 부장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