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 법정 관리 신청 발표 후 하루가 지났지만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계 반도체 업계와 일본 전자 부품 산업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엘피다 법정 관리 신청의 의미와 향후 전망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메모리 시장에서 `한국의 완승`은 양국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없었지만 엘피다의 앞날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메모리 치킨 게임, 한국 완승=국내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엘피다 법정 관리를 메모리 치킨 게임에서 한국이 완승을 거뒀다고 결론을 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엘피다가 회복되더라도 공급 능력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마이크론이나 대만 업체보다는 경쟁력 높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 김성인 애널리스트는 “한국과 일본 메모리 업체에 시간의 흐름은 동일하다”며 “엘피다가 파산을 막으려고 애쓰는 동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기술 혁신으로 원가 절감을 이뤄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메모리 치킨 게임의 승자는 한국”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전문가도 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시마 가즈타카 라쿠텐투신투자 사장은 “메모리는 가격 이외에는 경쟁력 변별이 어려운 범용품”이라며 “고객은 기술과 품질 면에서 같다면 한국 제품을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엘피다 운명은 재생? 파산?=엘피다가 법정 관리를 거쳐 재생 가능할지는 양국 전문가 의견이 다양하게 나왔다. 토러스투자증권 김형식 애널리스트는 “독일 키몬다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독일 키몬다는 2007년 3분기부터 적자를 낸 후 2008년 12월 5300억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한 달 만에 파산했다. 메모리는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원가 절감이 생명이기 때문에 법정 관리 기간 동안 정부의 지원이 있더라도 재기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국투자증권 서원석 애널리스트는 매각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법정 관리는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을 얻어내려는 포석”이라며 “사업을 지속하긴 어렵고 공장 등 자산 매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문가는 엘피다 회생 여부를 떠나 자국 전자 산업이 정부 입김에 좌우되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히로키 다카시 마넥스증권 애널리스트는 “엘파다는 이익이 나지 않는 반관반민 기업의 결말을 잘 보여줬다”며 “일단 통합하고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다른 전자 산업은 이제라도 구체적이고 강력한 자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