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로 예정된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가 이전 최시중 위원장 때와 달리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날 전망이다. 청문회를 뒤흔들 결정적인 `한 방`도 없을 뿐더러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도 공천시기와 맞물려 전력투구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여기에 인사청문회법에서 방통위원장직은 국회 본회의 표결 없이도 임명될 수 있는 직위여서 방통위 안팎에서는 상대적으로 무난한 청문회 통과를 예상했다. 다만 고려대 출신으로 `고소영` 인맥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 글로발테크 고문 등 퇴임 후 행적 여부 정도로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야권은 지난달 중순 이계철 후보자가 내정된 이 후 몇 건의 의혹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미풍`에 그쳤다. 자격 여부를 심각하게 물을 수준의 결정타를 찾지 못해 바람몰이 실패한 것이다.
이 후보자 자격에 대해 가장 강하게 의문을 제기한 전병헌 민주통합당 문방위 소속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02년에서 2008년 옛 정보보호진흥원(현 한국인터넷진흥원)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무선통신 회사 에이스앤파트너스와 에이스테크 사외이사로 있었다며 겸직 금지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두 회사는 무선통신 제조회사로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수행한 정보보호 안전진단 대상이 아니다”며 “진흥원 업무와는 연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글로발테크 로비 의혹을 둘러싼 공방도 예상된다. 전병헌 의원은 이 내정자가 “지난 2008년 조영주 전 KTF 사장의 로비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전 사장에게 24억원의 비자금 뇌물을 줘 문제가 된 `비씨엔이글로발`이 사명 변경한 회사인 `글로발테크`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했으며 고문 이력을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이 내정자가 글로발테크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회사비전 등에 자문 역할을 했다”며 “KTF 로비 사건에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이외에 이 후보자가 아들에게 수억원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일부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의혹이 방통위 위원장 자격 여부를 따질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아니어서 큰 문제없이 위원장직을 이어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사청문회는 5일 오전 10시에 열리며 이 후보자의 선서, 모두발언 청취, 질의와 후보자의 답변, 증인 또는 참고인 신문, 후보자 최종발언 순으로 진행된다. 청문회 참고인으로는 유기석 전 비씨엔이글로발 대표이사와 서동연 전 글로발테크 대표, 전용곤 크니아이 대표이사, 조영주 전 KTF 사장이 참석해 이 내정자 비리 의혹에 대한 입장을 전할 예정이다. 이후 문방위원장이 청문경과 보고서를 여야 측 간사와 협의해 작성하고 6일 위원회에서 의결해 이르면 7일 전후로 위원장직에 임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행정고시 5회 출신으로 옛 체신부 전파관리국장과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한국통신(현 KT) 사장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이사장, 한국전파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