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후보자, "정보통신, 독임제 기관으로 가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정보통신 분야는 독임제 정부 기관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통신요금 관련해서는 인위적 인하가 아닌 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한 인하 유도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여의도 국회에서 이계철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후보자가 선서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여의도 국회에서 이계철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후보자가 선서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여의도 국회에서 이계철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거버넌스, 통신요금, 방송시장 선진화 등 방송통신 정책 검증과 함께 통신유관기관 및 통신장비업체 겸직에 관한 확인 질의가 이뤄졌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생태계 조성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기존 네트워크와 하드웨어에 더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컨트롤타워 필요=이 후보자는 “정보통신 (정책기능)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밖에서 상당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조직개편 기회가 있다면 이를 염두에 두고 방통위 조직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가 각 부서로 나뉘어 있는데 전체 컨트롤타워가 없어 애로가 있다고 들었다”는 말도 더했다.

과거 정보통신부 설립 시에는 세계적으로 관련 조직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방통위는 방송통신 융합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후보자는 판단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앞으로는 전반적인 정부조직 변화가 있을 때 정보통신을 일괄적으로 모아 독임제 기관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그는 “단순히 과거 정통부 형태를 고집하는 것은 무리”라며 “현 방통위 체제에 독임제와 합의제를 아울러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위적 통신요금 인하 반대=이 후보자는 대표적인 규제 리스크로 꼽히는 통신요금 문제와 관련, 정부가 주도하는 인위적 인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자는 “요금인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 선진화를 위한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렇게 인하하라고 해서 인하하는 것은 곤란하고 경쟁 활성화를 바탕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경쟁 활성화 방안으로는 단말기 유통시장 개방, 이동통신재판매(MVNO) 활성화를 꼽았다. 이 후보자는 “현재는 통신사가 단말기를 구입해 가입자에게 주는데 앞으로는 가입자가 사고 싶은 단말기를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도록 `단말 자급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5월 시행 예정인 단말유통개방제도에 힘을 실어 단말과 서비스 요금이 뒤섞인 현 요금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제4 이동통신사업자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이 후보자는 “제4 이통사는 내가 한다, 못한다고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후보사업자 역량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조심스러운 방송정책=앞서 후보 지명 후 방송 분야 경험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 후보자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고 대응했다. 이 후보자는 “`조직 리더는 지혜를 모으는 사람`이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며 “방송 분야 전문성을 갖춘 상임위원, 실무자들의 지혜를 모아 한국 방송통신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MBC 파업 등 방송사 현안에 대한 답변은 유보했다. 이 후보자는 “방송사 내부 문제로 내 입장에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정부의 섣부른 개입이 방송 공정성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이에 대해 문방위 의원들은 위원장으로서 좀 더 적극적인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통신 분야 유관기관·사업체 겸직 문제와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40년 가까이 정보통신 분야에 근무하며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정보통신 산업에 기여하기 위해 관련 기관·기업에 합류했다”고 설명하고 “로비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로비의 `로` 자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