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와이브로를 데이터 서비스망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굳힘에 따라 사실상 와이브로 1기 정책은 실패로 마무리됐다. 데이터 트래픽 분산 효과 극대화와 틈새 비즈니스모델 발굴이 와이브로 2기 과제로 주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LTE·와이브로 병행 발전`을 와이브로 정책방향으로 발표했다. 와이브로를 급증하는 3G·LTE 트래픽을 수용하는 데이터 중심 서비스망으로 쓰겠다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을 신청한 KT와 SK텔레콤에도 통상적인 조건으로 7년간 추가 할당을 승인했다.
◇실패로 마감한 와이브로 1기=와이브로는 우리 힘으로 개발한 차세대 통신기술이라는 기대 속에 2006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상용화됐다. 당시 4년 뒤 가입자 800만명을 점쳤으나 현재 가입자는 80만명 수준으로 대중화에 실패했다.
음성 통화기능 탑재도 수포로 돌아갔다. 방통위는 2008년 말 음성통화 지원을 위해 와이브로에 010 번호를 부여하기로 했지만 3년이 넘도록 빛을 못보고 있다.
와이브로를 되살리기 위해 2009년 내놓은 `와이브로 활성화 3대 정책방향과 8대 정책과제`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신규 사업자 진입, 저가형 와이브로 스마트폰 보급, mVoIP 서비스 제공 등이 담겼지만 제대로 구현된 것이 없다. 주파수를 재할당 받기 위한 통신사의 와이브로 망 구축 및 투자만 겨우 이뤄졌다.
통신사업자는 기존 음성통화의 경쟁재가 될 것을 우려해 와이브로 음성통화 기능 추가를 꺼렸다. 3G망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와이브로 투자를 함께 확대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졌던 와이브로 기반 제4이통사마저 세 차례 심사과정에서 모두 탈락, 변수가 되지 못했다.
◇소극적인 와이브로 2기=주파수 재할당을 심의한 지난 16일 방통위 회의장에서는 난데없는 계륵 공방이 벌어졌다. 와이브로를 큰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계륵으로 보는 시각과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는데 계륵으로 간주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다.
결과적으로 방통위는 와이브로를 계륵으로 판단한 모양새다. 방통위가 새롭게 밝힌 와이브로 정책은 과거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새 정책에 담긴 와이브로 단말기 보급, 요금제 개선, 신규 사업모델 개발은 2009년에도 포함된 조치다.
지하철·고속도로·대중교통 지원망 확충과 LTE와 결합된 상품·기술 개발 정도가 다른 점이다. 와이브로폰 보급, 음성통화 탑재 등은 오히려 제외됐다.
방통위로서는 LTE에 주도권을 내준 와이브로 상황을 감안한 현실적인 정책이다. 김충식 상임위원은 “현실을 인정하고 최선이 안 되면 차선책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륵을 되살리는 법=방통위가 소극적인 와이브로 정책을 내놓음에 따라 와이브로는 사실상 독자 생존 길을 걷게 됐다. KT와 SK텔레콤은 7년간 각각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가입자를 현 80만여명에서 340만여명으로 늘려나가는 계획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그나마 주파수 재할당 심사기간 중 상향 조정한 것이다.
방통위도 이를 수용한 만큼 향후 추가 활성화 정책과 사업자 투자계획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신 방통위는 와이브로 사업자가 사업계획서를 충실히 이행하는지를 강도 높게 점검할 방침이다. 3년, 5년 경과 후 재할당조건 미이행이 확인되면 이용기간을 8개월씩 단축하기로 했다.
수익성을 갖춘 신규 비즈니스모델 발굴도 과제다. 사업자가 와이브로 독자 상품화에 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협력사가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와이브로가 데이터 보완망을 넘어 수익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방통위는 와이브로 서비스 모델 개발에 우선 2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와이브로 기반 제4 이통사 선정은 온전히 후보사업자 몫으로 남았다.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신규사업자 심사 개정안이 4월 말쯤 시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후 신청법인이 나오면 접수받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4 이통사업은 지난해 말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IST, KMI 컨소시엄이 재도전을 준비 중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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