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용어 가운데 `구성의 모순`이라는 게 있다. 개별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지만, 사회 전체 이익이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다. 대표적 사례가 저축과 공연장 관람객 행위다.
개인이 저축을 늘리는 것은 효용을 증진하는 선택이다. 하지만 이는 곧 소비를 줄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인 소비 감소는 기업의 재고 증가를 유발한다. 기업은 재고가 늘어남에 따라 생산을 줄임은 물론 고용도 줄인다. 고용 감소는 개인 수입 감소로 그리고 소비 축소로 귀결된다. 이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개인과 기업 전체 효용의 합은 감소하게 된다.
공연장 관람객 행위도 마찬가지다. 공연장 앞줄에 앉은 사람이 일어서면 개인적으로 효용을 는다. 하지만 뒤에 앉은 사람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연이어 일어설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구성의 모순은 개인적 선(善)이 사회 전체적으로 악(惡)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도 `구성의 모순`에 해당된다. 이용자가 제대로 된 값을 지불하지 않고 SW를 불법복제하는 것은 개인에겐 분명 이익이다. 지불해야 할 금액을 아끼니 말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 SW 불법복제율이 40%로 나타났다. 개인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행태가 만연했다. 하지만 SW 불법복제에 대한 심각성에 비해 이용자 체감도는 불감증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SW 불법복제는 기업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글로벌 기업을 차치하더라도 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SW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사업 의지마저 꺾는다. SW 불법복제가 SW산업 위축 뿐만 아니라 IT 경쟁력 하락, 국가 신뢰도 추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SW 불법복제가 당장의 효용을 증대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SW 생태계 전체 효용을 감소시킨 것이다. 곧 구성원 모두의 부담이다.
김원배 IT융합팀장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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