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은 각각 51대 49 지분율로 합작사 `HL그린파워`를 설립했다. 현대와 기아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과 배터리 전문회사가 힘을 합친 것이다. 이보다 앞선 2008년 9월에는 `SB리모티브`가 탄생했다. 삼성SDI와 보쉬가 50대 50으로 합작한 SB리모티브는 HL그린파워와 같이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로 각각 설립 2년과 4년을 맞는 HL그린파워와 SB리모티브의 초반 성적이 엇갈리고 있다. HL그린파워는 합작 효과가 본격화하는 양상인 반면 SB리모티브는 궤도에 이르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HL그린파워는 지난해 처음 연간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HL그린파워 작년 실적은 매출 836억원, 순이익 33억원. 매출은 전년대비 4300% 증가했고 이익은 300% 이상 크게 늘었다.
HL그린파워 측은 “지난해 소나타와 K5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고 고유가로 인한 소비자 관심 증대로 차량 판매량이 늘면서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HL그린파워는 LG화학에서 배터리셀을 들여와 배터리팩을 만들고 이를 현대나 기아자동차에 공급한다.
반면 SB리모티브는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099억원에 1236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은 전년대비 23% 증가했지만 손실 규모는 77% 확대됐다.
차량용 배터리셀부터 팩까지 만드는 SB리모티브는 개발용 제품 외에는 완성차에 배터리를 공급한 사례가 없다. 연구개발 및 생산 시설 등에 대한 투자가 아직 많은 구조다보니 수익보다 비용이 크다. SB리모티브는 2010년 11월에서야 울산에 생산공장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양사는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지만 내년부터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SB리모티브가 단독 수주한 BMW 전기차가 양산되고, 크라이슬러 등 그간 맺은 계약들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내년을 흑자전환 시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HL그린파워도 미래 시장을 대비, 현재 10만개 수준인 생산능력을 2015년까지 30만개로 늘릴 계획이어서 합작사의 성과를 또 한 번 평가 받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