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의 인연은 우연 만남이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대학원 재학 중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 밤에 잠시 짬을 내 게임을 접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서울공대생 서민의 인생에서 게임은 작은 점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큰 의미로 다가올 줄 상상도 못했다.
그의 인생항로가 게임으로 기수를 꺾은 것은 학교 선배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의 만남이었다.
서민 넥슨 대표는 “대학 선배였지만, 김정주 창업자와는 잘 모르는 사이였다”면서 “오히려 게임 회사에서의 만남이 연이 됐다”고 회상했다.
야간 알바로 시작한 게임과의 만남은 벌써 17년째다.
1997년 넥슨에 들어온 서민 대표는 넥슨개발 스튜디오 총괄이사, 네오플 대표를 거쳐 지난해 넥슨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현장을 함께 했다. 넥슨은 일본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기쁜 일도 잠시였다. 메이플스토리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사고를 수습하느라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여기 저기서 날아오는 게임에 대한 공격도 버텨야 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소위 `제일 잘 나가는 게임회사` 최고경영자의 고민은 뭘까. 바로 소통이다. 서민 대표는 올해의 경영 키워드로 `소통`을 강조한다. 소통의 대상과 주체는 복합적이다. 사내에서는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다. 정부의 잇따른 게임규제 움직임 때문에, 외부와의 소통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외부와의 소통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사기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민 대표는 “회사의 외형이 커지고, 조직이 확대되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면서 “유기적이고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대한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불통과 소모적 오해를 줄이기 위해선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넥슨 직원들 간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모바일 기반 앱이 실험적으로 개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위 넥슨판 카톡이 내부적으로 상용화 될 날도 머지 않았다.
대표이사로서 국회·정부 등 외부와의 소통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매출과 수익에 대한 영향은 그렇다치더라도, 종사자들의 상실감과 낭패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넥슨의 사장, 게임업계 대표 입장이 아니라, 게임개발 선배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게임으로의 이공계 인재유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수만명의 개발자들 역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새고 있다”고 덧붙였다.
17년이라는 세월은 서 대표의 시야와 시선의 각도를 바꿔놨다. 이제 그의 고민과 관심은 개별적 게임보다 넥슨 이라는 기업에 맞춰졌다. 기업 이미지 노출도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구단을 통해 6년 만에 재개한다. 그는 “엔씨소프트처럼 야구단을 창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사회공헌과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말도 없다. 다음 주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일본행 비행기도 타야 한다. “그렇게 바쁜 것 같지 않지만, 시간이 없는 것 같다”는 서민 대표. 강산이 두 번 변하기 전에 어떤 소통의 해법을 찾을 지 주목된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