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두 번째 해외 반도체 공장을 세울 지역으로 중국 시안을 내세우면서 그 선정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이후 관련 업계는 베이징 등을 유력 후보지로 꼽았다. 그러나 삼성은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21일 시안을 우선협상지역으로 선정, 중국 서부지역 진출에 무게를 실었다.
◇최대 고객 `애플` 입김 작용=관련 업계는 글로벌 IT기업들의 생산거점이 몰려있는 서부지역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낸드플래시의 가장 큰 고객 중에 하나인 애플의 아이폰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폭스콘 공장이 중국 서부 지역의 중심인 청두(成都)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삼성이 중국 공장 건립을 추진한 결정적 이유가 애플의 `현지 생산·공급`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안을 선정한 것도 애플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부지역에는 이외에도 화웨이·HTC·도시바·후지쯔 등 낸드 수요가 높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기업들의 생산 기지가 포진해 있어 낸드 수요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서부지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글로벌 IT기업으로는 퀄컴·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인텔·IBM·NEC·르네사스 등이 있다.
◇물류 인프라·인센티브도 고려=중국 현지 물류 인프라 문제도 검토 항목으로 알려졌다. 중국 서부지역은 첨단 산업이 발달된 동부 해안지역에 비해 아직까지 물류 인프라가 취약하다. 주요 고객사에 낸드플래시를 적시 공급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근접 지역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중국 중앙과 지역 정부가 지원하는 인센티브도 관심사다. 중국 정부는 동부 연안에 IT산업이 집중 발달되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중·서부지역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이 지역에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최근 들어 거점을 옮기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중국 정부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아직까지 어떤 인센티브를 받는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설립 규모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중국 생산라인의 총 생산 규모를 10만장으로 발표한 이후 아직까지 구체적인 건립 규모를 내놓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에 위치한 낸드 생산 라인을 신설되는 중국 낸드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오스틴 생산라인을 시스템LSI 전문라인으로 전환하는 목적과 함께 중국 정부로부터 추가 인센티브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