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인 한국 지식재산서비스 시장에 글로벌 기업 진출이 늘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특허 전문 로펌 등 외국 로펌이 대거 국내 진출을 타진했다. 국내 기업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이 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지식재산서비스 기업인 CPA글로벌이 작년 국내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 독일 데네마이어, 미국 CPI 등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는 이들 기업이 국내 기업과 제휴 형태로 진출해 아직 사업 규모가 크지 않지만 조만간 지사 설립 등 국내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봤다.
지난 15일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미국 로펌도 서울 사무소를 개설했다. 기업 거래와 지식재산 업무가 핵심이다. 클리어리 고틀립, 셰퍼드 멀린, 심슨 대처 앤드 바틀렛, 맥더못, 코헨 앤드 그레서, 롭스 앤드 그레이, 폴 헤이스팅스, 스콰이어 샌더스 등이 미국법 자문사 자격승인을 위해 법무부에 예비심사 서류를 신청했다.
제프리 스톤 맥더못 공동 대표는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기업 인수합병, 지식재산 관련 소송과 기소, 해외무역 관련 업무 등에 집중할 것”이라며 “서울 사무소가 개설되면 미국에서의 투자, 유럽 의료, 에너지, 독점금지, 글로벌 경쟁 등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지식재산서비스기업과 지재권 전문 로펌의 국내 진출은 기업 간 특허 분쟁으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덩달아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세인 CPA글로벌 지사장은 “한국은 세계 4~5위권 수준 지식재산 강국으로 지식재산 서비스도 이제 세계 수준으로 성장해야 할 시점”이라며 “지식재산 관리를 바탕으로 기업은 더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한국 “중소기업들도 이제 지식재산권을 국제적으로 보호·관리해야 할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어 시장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글로벌 기업이 진출하자 시장을 그대로 내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신지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팀장은 “앞서 법률시장을 개방한 중국과 유럽을 보면 국내 기반 로펌은 하순위로 밀렸고 글로벌 대형 로펌이 선두권을 형성했다”며 “경쟁력이 약한 우리나라 지식재산 시장도 비슷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 팀장은 “단가가 높은 고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특허 및 기술평가,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 등을 위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기업은 인력 풀을 갖춘 반면에 국내 기업은 이 부분이 부족해 고급 서비스는 글로벌 기업이 하고 번역이나 정보조사 등 단순 서비스는 국내 기업이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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