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폐쇄성

폐쇄성은 태도나 생각 따위가 닫히거나 막혀 외부와 통하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사전에 없지만 국내 원자력산업 특징을 대변하는 단어로도 거론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정전사고 은폐사건이다.

발전기 보호장치를 시험하던 작업자가 감독자 지시와 절차를 따르지 않아 외부전원이 차단된 것이 사고 개요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고를 보고하지 않고 원전 간부들이 은폐했다는 점이다. 1호기 간부들은 사건 당시 모든 운전원 일지 등에서 관련 기록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

여기에 고리원전 조직 폐쇄성이 한몫 했다. `우리끼리만 알고 넘기면 된다`는 식의 발상 때문이다.

고리 1호기 안전성도 전반적으로 투명하지 않다. 원전 수명연장 근거가 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보고서, 방사성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주요기기 안전성 평가보고서 등이 대표적이다. 환경단체, 국회도 몇 차례 공개를 요구했지만 요지부동이다. `눈으로 보고 가라`는 식이다. 필사도 못하고 사진촬영도 못한다.

원전 안전성을 총괄감독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사고 보도 이후 공식 브리핑이 있기까지 위원회는 사고 관련 설명이 전혀 없었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 강창순 위원장은 “명확한 자료를 확보할 때까지 발표나 언론 응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직원들에게 이 같은 방침을 직접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은 전력공급이라는 현실적 필요성과 사고 위험성을 동시에 가진 민감한 사안이다. 이를 두고 찬반논쟁이 치열하다. 원자력의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원자력사업자와 정부가 가능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데 있다.

그들만의 철옹성을 쌓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말로 안전을 외치면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의혹과 불안감을 가중시킬 뿐이다. 고리 1호기 사고는 원전사고가 지진에 의해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