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늘 에너지가 넘친다. 악수를 하는 손에서는 힘이 느껴진다. 풍채와 외모는 기골 장대한 무인을 떠올리게 한다. 질문에 대한 답도 거침이 없다. 문화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철저한 준비는 자신감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9월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최 장관은 `법고창신` `융·복합`을 대한민국 문화정책의 화두로 제시하면서 문화부를 이끌었다. 최광식 장관과 만나 콘텐츠·게임·저작권 분야 현안에 대한 계획과 앞으로의 정책구상을 들어봤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6개월을 맞이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업무가 매우 방대합니다. 콘텐츠, 미디어, 홍보, 종교까지 다양합니다. 바로 무지개 장관이라고 불리는 이유죠. 공무원들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아주 열심히 일합니다. 특히 성실하고 전문성이 높습니다. 다만, 벽을 허무는 방식의 융·복합은 다소 힘든 것 같습니다. 자신의 것은 잘 하는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부분에는 약한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을 장·차관이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장·차관은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업무의 융·복합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7월 런던 올림픽이 열립니다. 금메달을 많이 따거나, 10위 달성이라는 목표도 있지만, 전세계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올림픽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좋은 기회입니다. 체육과 문화 예술의 융·복합이 필요합니다.
한류도 모두 연결이 됩니다. 서로 다른 분야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문화·체육·관광이 서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어우러질 것들이 많습니다. 문화와 관광, 관광과 체육이, 다시 체육과 관광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한류라는 실을 가지고 있으니 꿸 수 있습니다. 태권도는 사실 한류의 원조입니다. 최근 코스타리카에서 비보이와 태권도를 함께 공연했는데 매우 좋아했습니다. 태권도도 예술이 되고 문화가 됐습니다. 독창적이고 흥미롭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한류장관`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류정책 철학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한류는 크게 전통문화 한류, 현대문화 한류, 문화산업 한류 3가지로 구분됩니다. 지난 1월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마련했고, 2월에는 현대문화를 세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한류정책은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한류 확산 전략에 이어 이르면 내달 (가칭)한류콘텐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K팝·드라마 등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마니아층 위주입니다. 한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해외 주류 사회가 애호하는 문화로 약진하기 위해서는 K팝·드라마의 가시적 성과에 매몰되지 말아야 합니다.
-올해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실 사업은 어떤 게 있습니까.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기업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312억원이던 대·중소기업 `차세대콘텐츠 동반성장 프로젝트` 지원사업 예산을 올해 500억원으로 확대합니다. `차세대콘텐츠 동반성장협의회`와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체도 가동합니다. 한류 열풍이 지속가능하도록 새로운 유통구조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인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입니까.
▲올해 문화부 연구개발(R&D) 예산은 약 1015억5000만원으로 작년 대비 14.7% 늘었습니다.
하지만 전체 국가 R&D예산의 0.6%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지속적인 투자 증대가 필요합니다. 우선적으로 확대가 필요한 분야는 문화예술과 인문학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문화예술 분야 R&D 예산 70억원을 확보해 공연·전시·국악·공예분야 기술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전통 옻칠의 규격화 및 대량 생산 공정 개발이 그것입니다. 앞으로는 스토리텔링 기술·문화원형 발굴 등 인문학적 요소를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개발해 나가겠습니다. 장애인의 콘텐츠 소비를 도울 수 있는 기술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음성인식이 가능한 스마트기기와 장애인을 위한 UI를 개발하고, 색맹인을 위한 디지털 미술작품 색 보정 기술개발도 지원할 것입니다.
-게임산업에 대한 견해는.
▲게임산업은 스토리·캐릭터·영상·문화기술 등이 어우러진 콘텐츠산업의 종합예술입니다.
그런데 게임은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면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콘텐츠 수출액의 50%를 게임이 차지합니다. 분명 중요합니다. 과몰입이나 중독 등 부정적 면도 존재합니다. 불법이나 폭력성은 규제해야 합니다. 즉, 게임은 조화롭고 균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게임회사들은 개발 과정에서 청소년 유해부분이나 과몰입과 중독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 및 과몰입 치유와 같은 사회적 기여도 이뤄져야 합니다. 게임회사는 돈만 번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장기적인 성장의 토대가 마련될 것입니다.
-올해 말까지 운영될 게임물등급위원회 처리 및 그 이후 방안은 무엇입니까.
▲게임위 기능을 사후관리조직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대한 국고지원을 한시적으로 설정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기 때문이죠.
게임위 기능이 일부 조정되더라도 민간위탁 등급분류에 대한 사후 관리업무는 강화돼야 합니다. 사후관리는 공적 기능이 필요하므로 향후 국회 등과 충분히 논의해 문제를 해결 할 것입니다. 사후관리 강화를 위해 지금의 등급위원회 보다는 관리위원회 같은 명칭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등급분류 인력들도 사후관리 인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민간 등급분류 기관 운영 준비도 진행 중입니다. 현재 민간등급 분류기관 지정요건을 마련키 위해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놓은 상황입니다. 민간 등급분류 기관 지정절차 및 관리규정 고시 등 7월부터의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청소년이 이용 할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으며, 이를 토대로 법률개정을 추진하겠습니다. 아케이드 게임과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에 대한 등급심사는 4월 중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한미 FTA가 국내 저작권 산업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류 콘텐츠가 문화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이번 한미FTA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미FTA를 계기로 해외에서의 우리 저작권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확인했습니다. 해외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통상 협의, 저작권보호센터 확대 등 관련조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일시적 복제, 불법 침해자 정보제공 청구제도 도입(103조3) 등에 대해선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와 대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일각에서 `일시적 복제의 보호`로 인터넷 저작물 이용의 제한을 우려하시지만 이는 근거가 없거나 기우에 불과합니다. 정상적인 인터넷 검색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복제는 저작권법상 `예외`에 해당합니다. 일반인이 저작물을 이용하는 데 큰 변화는 없습니다. 일시적 복제는 컴퓨터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전세계 86개국 이상이 도입했습니다. 침해자 정보제공 청구제도는 저작권 유통질서를 크게 훼손하는 저작물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일각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지만, 제공 정보 범위가 제한되는 등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