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지경부, 진인사대천명

`4년, 10년, 4년….`

이 숫자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부조직 개편 때마다 현 지식경제부가 문패를 바꿔 단 세월이다. 문민정부는 지난 1994년 상공자원부에서 통상산업부로 개편, 대외 통상 업무를 강화했다. 국민의정부는 지난 1998년 대외 통상업무를 외교통상부에 이관하면서 산업자원부로 바꿨다.

10년 만에 정권을 다시 찾은 MB정부는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난 2008년 산자부를 폐지했다. 그 대신에 국민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외국인은 어떤 성격의 업무를 맡은 부처인지 알기 힘든 지식경제부(Ministry of Knowledge Economy) 명칭을 만들었다.

MB정부는 이러한 정부 행정조직 개혁 과정에서 과도한 예산 낭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처 간 중복 기능을 과감히 통합하고 부처 수를 줄이는 감축관리(삭감관리) 기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로 당시 산업·무역·투자·에너지(산자부), IT산업·우정사업(정통부), 산업기술 R&D정책(과기부), 경제자유구역기획·지역특화기획(재정부) 업무를 한곳에 합친 거대 부처가 탄생했다. 정권교체기 때마다 관가에 불던 조직개편 논쟁이 MB정부 말기에 또다시 일고 있다. 과기부·정통부 부활론이 나오는가 하면 중소기업부·미래산업부 신설 주장도 흘러나온다. 여야는 차기 집권을 염두에 둔 가운데 다양한 정부조직개편 시나리오 쓰기 지우기를 반복한다.

주 골자가 지경부를 겨냥해 주장하는 정부조직 개편 내용이다. 업무 영토가 워낙 넓다 보니 분할 대상으로 거론된다. 사실 지경부 공무원들은 MB정부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부처가 지경부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지경부는 지난 4년 동안 다른 부처로부터 `조직이 커지고 나니 거만해졌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한복을 입은 것처럼 바른 몸가짐에 노력을 기울였다. 부처 내 만연한 집단 타성 탈피 운동도 그 일환이다. 지경부는 규제 중심인 다른 부처와 달리 산업 진흥 중심이다. 이 기능을 더욱 극대화하려 했다.

내달 11일 제19대 총선이 끝나면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 중심엔 지경부가 있다. 지경부 공무원은 조직 통·폐합론에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기업과 국민을 위해 당장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지경부 앞에 산적하다. 글로벌 경기가 불투명한 탓에 올해 기업 수출 환경은 썩 좋지 않다. 대중소 동반성장은 이제 첫 발걸음을 뗐다. 기름 값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최근 원전·화력발전소에선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현 상황에서 지경부는 지난 4년간 최선을 다해 일한 것처럼 `진인사대천명` 신념이 필요할 때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