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 유모차의 국내 판매 가격이 외국보다 최고 두 배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시민모임이 백화점,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국내외 브랜드 유모차를 대상으로 가격 수준을 비교한 결과다.
이탈리아 브랜드 캄의 `풀사르`는 이탈리아 현지 가격은 97만9000원이었지만 한국에선 무려 100만원 가량 비싼 198만원에 팔린다고 한다. 이탈리아 잉글리시나 `트립`은 네덜란드에서 19만2000원이었지만, 국내에서는 42만5000원에 팔려, 가격차가 2.2배에 달했다.
이같은 가격거품은 수입업체가 독점 수입, 공급하는 유통 구조 문제와 수입업체의 고가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입업체의 고가 마케팅이 가능한 이유는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선호에 기인한다.
제품 가격이 비싸면 판매가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소비원칙이다. 하지만 일부 명품 등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린다. 과시욕구 때문에 재화의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수요증대 효과, 이른바 `베블렌 효과`다. 여기에다 다른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소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품을 소비하는 `밴드웨건 효과`가 보태지면서 비싼 가격 제품 판매량이 늘어난다.
최근 적발된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휴대폰 가격 부풀리기도 마찬가지다. 업체들은 소비자가 가격이 비싸도 구입할 것이라 보고 휴대폰 가격을 부풀렸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고가 휴대폰을 할인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가격 거품은 있을 수 밖에 없다. 또 부유층이 사는 물건인데 좀 비싸면 어떠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사정이 허락하는데 비싼 제품을 사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다.
그러나 지나친 가격 거품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소비자가 시장에 불신이 쌓인다면 결과는 뻔하다. 시장은 상호 신뢰가 생명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 생태계도 붕괴할 수 밖에 없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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