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묻지마` 스마트폰 리베이트

스마트폰 시대다. 2009년 11월 애플 아이폰이 들어온 이후 파죽지세로 가입자가 늘고 있다. 2009년 50만명을 시작으로 2011년 3월 1000만명에 이어 그해 말 가뿐하게 2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3000만명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가입자 2명 가운데 1명이 스마트폰을 쓰는 스마트폰 세상이 왔다.

그러나 불행히도 생태계에 속한 누구도 즐겁지 않은 분위기다. 통신사업자, 제조업체, 소비자 모두 입이 쑥 나와 있다. 당장 사업자가 울상이다. 수익성 면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한마디로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월평균가입자당매출(ARPU)이 오히려 감소했다. 3개 사업자 평균 ARPU는 2008년 3만1071원에서 줄곧 하락해 지난해 처음으로 2만9510원을 기록하며 2만원대로 추락했다. 물론 정치권 압박에 밀린 요금 인하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삶이 즐거워진 점은 고맙지만 요금 고지서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비싼 스마트폰 요금 때문이다. 시민단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롱텀에벌루션(LTE)과 3세대(G) 요금제를 비교할 때 평균 20% 인상됐다. 요금 할인율도 LTE로 넘어오면서 낮아졌다. 제조업체는 어떨까. 역시 이전 피처폰과 비교해 수익 면에서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다는 하소연이다.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모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소비자는 더 많은 요금을 내지만 생산자는 수익이 더 떨어지는 불가사의한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딴 데 있다. 바로 휴대폰 보조금을 포함한 유통 비용이 문제다. 사업자가 유통을 관리하는 비용으로 보이지 않는 뭉칫돈이 스며든다는 이야기다.

보조금으로 불리는 휴대폰 리베이트는 통신업계의 영원한 골칫거리다. 누구도 원치 않지만 한 사업자가 불을 지르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LTE 경쟁이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출고가 90만원 LTE폰에 최대 99만원을 지원해주는 `묻지마 리베이트`까지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주말에 수백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지른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산업계에서는 사업자가 쏟아 붓는 비용이 대략 연간 7∼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마케팅 비용은 대차대조표에서 확실한 지출 항목이다. 시장에도 악영향을 준다. 비정상적인 마케팅이 극성을 부릴수록 건전한 경쟁 구조가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방법은 하나다. 서비스와 단말을 분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단말과 서비스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요금부터 약정제 형태여서 소비자가 정확한 서비스와 휴대폰 가격을 비교 분석하기가 힘들다. 세부 요금제도 워낙 복잡해 `컨설턴트`가 필요한 실정이다. 태생부터 서비스와 단말 고유의 경쟁이 힘든 구조인 것이다.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가입자 경쟁은 결국 마케팅 경쟁, 시쳇말로 `돈 싸움`이다. 이래서는 시장질서가 제대로 잡힐 리 없다. 당연히 소비자는 물론이고 사업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병준 벤처과학부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