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토리(repertory)`는 연주자 혹은 극단이 일정한 기간 동안에 상연 또는 연주하기로 한 작품 목록이나 연출 목록을 말한다.
레퍼토리가 식상한지 참신한지에 따라 관객의 반응과 만족도는 천양지차다. 참신한 레퍼토리에는 환호와 갈채가 쏟아진다. 식상한 레퍼토리에는 비난과 불만이 뒤따른다.
아무리 참신한 레퍼토리라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식상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레퍼토리가 새롭지 않으면, 변하지 않으면 관객은 고리타분하다고 느끼고 외면하기 일쑤다.
고리타분한 레퍼토리의 대명사는 선거 공약이다. 4·11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현안을 놓고 대립하면서도 민생안정을 도모하겠다며 통신요금 인하에 한목소리를 낸다.
새누리당이 `가입자 전체 요금 20% 인하`를, 민주통합당은 `기본료·가입비·문자메시지요금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자유선진당의 공약은 `통신요금 반값 인하`다. 통합진보당은 `실질적 통신비 인하`를 내걸었다.
지난 2008년 MB정부 인수위원회는 통신요금 20%를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용자 체감 효과는 회의적이다. 여야 주요 정당의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식상한 레퍼토리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약 차별성도 그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연말 대선을 앞둔 만큼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는 4·11 총선을 기점으로 어느 해보다 거세질 것이다.
4·11 총선을 뒤로 하고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통신요금 인하를 약속하기 이전에 비용 대비 편익 분석 등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천착했으면 한다. 4·11 총선이 식상한 레퍼토리의 마지막이길 기대하는 건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일까.
김원배 통신방송산업부 차장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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