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가장 냉정한 오디션 `선거`

`해를 품은 달` 이후에 최고의 콘텐츠가 탄생했다. 19대 총선이다. 70개를 웃도는 선거구에서 말 그대로 살얼음 위를 걷는 개표가 펼쳐졌다. 여당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난 17대나 18대와 달리 19대 총선은 피를 말리는 엎치락뒤치락 승부가 이어졌다.

그렇지만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었다. 선거는 오디션과 같다. 선거라는 오디션은 연출자와 시청자가 같다. 바로 국민이다. 정당과 후보자가 각자의 기량을 뽐내지만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다. 시청자이자 연출자인 국민은 단호한 선택을 내린다.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오디션이 선거다.

압도적 지지를 받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실정을 거듭하면서 지지율이 추락, 총선에서 여당의 몰락과 야당의 압승이라는 예고편 드라마가 방영됐다.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비교적 일관된 태도를 견지한 여당이 안팎의 잡음이 꺼지지 않은 야당을 눌렀다.

혹자는 이번 선거가 지역감정을 넘지 못한 구태의 반복이라거나 정책이 실종되고 흑색선전만 난무한 이전투구라고 평가한다. 완전히 그른 말은 아니라고 해도 선거가 가진 의미 자체를 훼손시킬 순 없다. 어떤 과정을 겪었든 선거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이고, 그 결정은 준엄하다.

한 편의 오디션이 끝났지만 대선이라는 더 큰 무대가 기다린다. 총선에서는 300명의 예비 가수를 뽑지만 대선은 오직 단 한 명의 슈퍼스타만 남는다. 우승자에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막대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다.

국민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어떤 가수를 낙점할지 벌써 고민에 들어갔다. 8개월 동안 여야 모두 대선에 총력을 쏟는다. 오디션은 선거운동 기간에만 치러지지 않는다. 유력 대선 후보의 자질과 소속 정당의 정책 검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시선을 정보기술(IT) 업계로 좁혀보자. 이명박정부 들어서 실종된 IT 거버넌스는 산업계에선 이슈 그 자체다. 이미 각 당은 IT 컨트롤타워 복구를 공언했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이명박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꼽은 대목인 만큼 대선 후보를 자처하는 사람은 분명한 입장을 밝힐 차례다.

IT 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도 마찬가지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게임 산업은 마약 취급을 받았으며, 열린 광장이 돼야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감시 카메라가 켜졌다. 규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발상에 업계와 네티즌이 신음한다.

총선이라는 오디션의 막은 내렸고 조명도 꺼졌다. 객석에는 적막이 감돌지만 무대 뒤 열기는 벌써 뜨겁다. 여야가 수많은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내놓은 IT 산업 관련 공약을 잊지 말기 바란다.

장동준 콘텐츠산업부장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