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식재산보호, 일자리 창출 지름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 중 하나인 로마 바티칸 도서관이 15세기 전후 그리스어와 히브리어로 된 고문서와 그림을 디지털 파일로 제작해 온라인에 무료 공개하기로 했다. 수세기에 걸쳐 수집한 사료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세계인과 공유하고 학문 연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란다.

IT가 발달하면서 음악과 영화, 책 등 창의적인 저작물이 0과 1이 조합된 디지털 파일로 바뀌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저작물과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창작물을 만들기 위한 저작자의 노력은 등한시되고 지식재산권마저 침해된다. 유통체계 역시 인터넷과 모바일로 바뀌면서 기존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애플과 함께 전자책 가격 인상을 위해 담합에 나섰던 5대 출판사가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범법행위가 있었다면 처벌받아야 마땅할 일이나 이 역시 저작물 생태계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다. 환경 변화를 틈타 터무니없이 이득을 취하려 했던 아마존의 잘잘못도 함께 가려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자책 도서정가제`를 골자로 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일부개정안`이 그것이다. 저작자와 유통업체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정찰제로 할지 시장자율가격으로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해법이 쉽지 않아 보인다.

미 상무부는 11일(현지시각) 지식재산권 보호는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 전체 일자리의 25%가 지식재산, 특허 관련 분야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차지하는 만큼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무형의 자산이 힘이 되고 일자리가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독려하고 창작자와 저작물을 보호하는 입법이 꼭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