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B에 중국 방송장비 업체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최근 급성장하면서 해외 진출까지 모색하고 나섰다.
NAB에 참여한 중국 기업은 파악된 곳만 60여개를 넘어서며 55개 기업이 참여한 우리나라를 숫자에서 앞질렀다. 전시규모 면에서는 더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공동관 형태에 업체당 1~2개 부스로 나온 것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상당수가 중소규모로 단독 부스를 꾸몄다. 대양, 화웨이, 슈마비전 등 이름이 알려진 업체는 규모가 더 컸다.
중국 업체들은 조명과 케이블 등 다양한 분야를 출품했지만, 디지털 방송 솔루션이 가장 많았다. 동남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이 이제 막 디지털 전환에 나서는 것을 감안하면,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 방송장비 업체의 대거 진출은 국내 업체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다. 실제로 최근 말레이시아 통신사 IPTV 시스템 구축에 한국과 중국이 경쟁을 펼쳤지만, 국내 업체 절반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중국에 밀리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이 급성장한 배경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이 꼽힌다. 중국 정부가 방송과 통신을 융합하는 `삼망융합(방송·통신·인터넷)`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디지털방송 관련 업체들이 선전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초 포브스 차이나가 발표한 중국내 100대 성장 잠재력 중소기업에 디지털방송 관련 업체가 10여개나 이름을 올렸다.
외산 방송장비를 선호하는 국내 방송사와 달리 중국 방송사들이 자국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문화도 중국 방송장비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NAB에 참가한 한 국내 방송장비업체 사장은 “중국은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정부와 방송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장비업체들이 성장했다”면서 “중국 업체 중 대표적인 곳인 대양만 하더라도 CCTV가 장비를 적극 구매하면서 내수 기반을 다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해외에서 중국 기술을 많이 인정하지 않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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