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1총선에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는 8년 전 막말이 알려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김 후보의 막말은 자신은 물론이고 공천한 민주통합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다.
방송인 김구라씨도 2002년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정신대 관련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여 16일 방송계 은퇴를 선언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오프라인 시대라면 묻혔을 발언이 인터넷에 그대로 살아남아 부메랑이 됐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취업 지원자에게 페이스북 비밀번호를 요구해 비난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입사지원자들이 과거 온라인에서 회사 이미지를 해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에 온전히 기록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모든 것이 데이터베이스(DB)화되고 사람들은 스스로 인터넷에 사생활 흔적을 남기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의 과거 이력을 모두 뒤져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디지털 흔적이 이력서인 시대가 왔다.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담기는 클라우드컴퓨팅 시대가 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비밀번호는 아니더라도 입사 시 SNS 아이디를 요구하는 사례가 등장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과거 해당 기업에 대해 쓴 비판적 글이 입사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노려 미국에선 문제가 되는 과거 흔적을 지워주는 서비스가 등장,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이 개인의 인터넷 흔적을 뒤지는 것이 일반화되면 사생활 침해와 인터넷 서비스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디지털이력 조사에 대한 적절한 정책 방안 논의와 사회 합의가 있어야 할 듯하다.
권상희 경제금융부 차장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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