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제10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공생 발전형 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 전략`을 구체화하고자 추진한 법안이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이 지난 제18대 국회 제306회 임시회기에 통과될 것이라는 많은 이의 기대를 저버리고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세계 모든 국가에서 정보기술(IT)을 비롯한 SW산업을 차세대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지하고 미래 후손에게 제공할 신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
SW산업진흥법 개정 논의는 대한민국의 IT 경쟁력이 한없이 추락하고, SW시장이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로 왜곡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도적으로 공공정보화 시장을 재편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즉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기업 편중현상과 출혈경쟁, 저가수주를 해소하는 동시에 취약한 SW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대기업이 공공정보화 시장을 독점해 자생이 어려웠던 중소 하도급 업체들의 시장참여 기회를 늘리고 건전한 SW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IT 및 SW산업 판도를 다시 짜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담긴 법안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주목하고 있는 IT 및 SW산업을 육성 및 발전시키기 위한 이 법안에 일부에서는 부정적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안다.
가장 큰 우려사항은 대기업 공공정보화 참여를 제한하면 외국 기업에 중소업체가 종속되고 공공정보화 사업이 부실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 사안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기우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외국 기업의 국내 공공정보화 시장 영향력을 보자. 국내 시장에 진출한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IBM, HP, 오라클, 액센츄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나 SW 솔루션 위주의 제품과 기술을 판매하고 있다. 공공분야 사업에는 아예 참여조차 못하고 있으며 그 시장 점유율은 0.7%에 불과하다.
공공정보화 부실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 실상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스템통합(SI) 사업과 관련해 사전 조사에서 제안서 작업에 이르기까지 중소 SW전문기업의 도움 없이는 대기업 스스로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많은 중소 SW전문기업이 어느 정도의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자체 배양해 왔다. 일부 사람들이 우려하는 만큼 중소 SW전문기업의 능력이 대기업보다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국가 경제의 미래와 후손을 위해 새로운 신성장동력원을 살리려는 모든 노력이 국민을 위한 국회라는 입법부에서 좌절된다면 이보다 더한 모순은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에서 SW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 시기에, SW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발의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조차 받지 못한다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IT 및 SW산업 종사자들은 실망할 것이다. 아직 SW가 국회의 관심 밖에 있다는 것, 그리고 SW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제18대 국회 회기가 마감되기 전에 국회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여찬기 한국SW전문기업협회장 ckyeo@forc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