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의 ICT점프업]<5>IT강국 대한민국의 현주소

“말뿐인 IT강국” “`IT강국` 대한민국 `인터넷 오지`로 전락하다” “ICT 커버넌스 새판을 짜자” “`IT강국` 도약 위해 핵심 IT 산업기반 강화 필요” “일자리 없는 IT강국” 등 필자의 생각이 아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우리나라 IT 관련 기사 제목 몇 개를 나열한 것이다. 우리는 항상 IT강국이라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기사 제목을 보면 너무나 참담한 느낌이다. 정말로 우리가 IT강국이었던 적은 있었던 건지 의심이 간다. 특히 최근 이런 비관적인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을 가장 싸게 쓸 수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최근 스마트폰 가입자도 보급 2년여 만에 2000만명을 넘었다. 경이로운 속도다. 경제 활동인구를 2500만 명 정도로 보면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급한 국민성도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세계 최고의 포털인 구글 홈페이지 시작 면을 보면 매우 단순하다. 우리나라 대표 포털사이트의 홈페이지 첫 화면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인터넷 환경이 안 좋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첫 화면에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IT강국 위상 재확인”, 모 국제 전시회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출시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는 기사 제목이다. 아직도 반도체·휴대폰·TV 같은 일부 IT품목은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무역 흑자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CES)를 가보면 국내 가전업체의 경쟁력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외형상 우리는 아직 `IT강국`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언급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딱히 내세울 IT 강점이 별로 없다. 구글이나 애플·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ICT기업이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에 치중해 엄청난 이익을 남기고 다시 엄청난 재투자로 새로운 ICT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과 대조적으로 우리는 딱히 내세울 만한 소프트웨어나 IT솔루션이 없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고사(枯死)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는 꿈마저 사라진 `4D 인생`입니다”라는 어느 소프트웨어 중소기업 사장 말처럼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IT 중요 지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순위가 많이 밀렸다는 것은 여러 통계 자료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역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4월에 개최되는 방송기기 전시회(NAB)를 가보면 우리 ICT 솔루션 약점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다는 이유로 세계 유수의 ICT기업이 혁신적인 요소를 가장 잘 키워나갈 수 있는 훌륭한 테스트베드이자 시장이 되었다.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위하여 우리가 선택한 것도 주로 환경 구축과 단말기 개발 등의 가전 분야였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소프트웨어와 ICT 솔루션 분야의 기술 개발과 투자는 당연히 뒷전으로 밀렸던 것이다. 글로벌 ICT 기업도 당장 돈이 되는 분야에만 관심을 갖고 투자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기업 내부에서 조차 돈을 버는 부문과 그렇지 못한 부문의 성과급 차이가 크다. 그러다보니 단말의 핵심 기술도 대부분 빌려다 썼고 이 결과 아직도 많은 돈이 로열티란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금 와서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지만 구조적인 모순과 인식의 한계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최근 정부의 `IT 홀대`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경기 진작과 ICT 산업 육성 차원에서 각각 수십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은 우리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리가 `IT강국`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물론 짧은 시간 내에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편식을 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글로벌 ICT 기업이 혁신과 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생존을 위해 과감한 R&D 투자를 실천하고 기업 문화를 바꾸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여기에 미래 지향적인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더해진다면 진정한 `IT강국`을 실현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 jsyoo@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