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가 다음 달 단말자급제(블랙리스트) 시행에 맞춰 협의체를 구성해 휴대폰 공동 조달을 추진한다. 중국 제조사가 1차 협력 대상이다. 하반기 중국산 저가폰이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일 전망이다. 공동조달에 따라 MVNO 사업자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단말기 수급문제가 개선돼 MVNO 활성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산 저가폰이 유입되면 고가형 단말로 제한된 국내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MVNO 업계는 한국MVNO협회(KMVNO)를 중심으로 제조사, 유통업체 등과 휴대폰 공동 조달·판매를 추진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KMVNO는 대성홀딩스·몬티스타텔레콤·온세텔레콤·인스프리트·한국케이블텔레콤(KCT)·CJ헬로비전 등 MVNO 사업자와 예비사업자로 구성된 단체다.
KMVNO는 27일 휴대폰 조달에 관심을 가진 회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단말 공동조달 협의체를 구성한다. 이 자리에서 제조·유통사와 협력 사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교환한다. 제조사는 중국 ZTE, 화웨이와 국내 중소개발업체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망 확보 차원에서 온라인 유통업체도 참여한다.
그간 MVNO는 가입자 규모가 작아 휴대폰 조달이 쉽지 않았다. 삼성·LG전자 등 인기 휴대폰을 공급받기 위해 적게는 수만대, 많게는 수십만대를 일시에 구매해야 한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돼 가입자가 수만명에 불과한 개별 MVNO 사업자에게는 버거운 물량이다.
휴대폰 시장에서 저가폰이 자취를 감춘 것도 MVNO 사업자에게는 걸림돌이었다. 저렴한 통신요금과 단말기를 동시에 선호하는 고객 요구를 충족시켜줄 제품이 없어 가입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MVNO 사업자들은 공동 조달로 구매력(buying power) 제고와 중저가 휴대폰 확보라는 두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통사와 관계없이 휴대폰을 사고파는 블랙리스트가 시행되기 때문에 여러 MVNO 사업자가 단말기를 공동 수급,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기존 이통사 약정할인이 아니더라도 값싸게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자연스레 MVNO 서비스 가입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산 저가폰 출시로 국내 휴대폰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값싼 단말기를 찾는 고객 수요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저가폰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던 삼성전자, LG전자 사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다양한 저가폰이 나오면 이용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며 “단말자급제 시행에 맞춰 저가폰 출시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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