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커뮤니케이션즈에 네이트 해킹 사건의 책임을 물은 판결이 나오면서 해킹 피해자의 소송 참여가 늘고 있다. 넥슨과 현대캐피탈 등 비슷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기업으로도 소송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최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구미시법원에서 네이트 해킹 관련, 100만원 보상 판결을 얻어낸 유능종 변호사는 네이버에 집단소송 카페를 개설하고 공동 소송을 준비 중이다.
◇“나도 피해자!” 소송 참여 너도 나도=유 변호사가 개설한 `유능종 변호사의 집단소송 카페` (cafe.naver.com/lawyerynj) 가입자는 판결이 난 26일 70여명에서 29일 오후 3시 현재 1339명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유 변호사는 “1승 승소 결과를 최대한 활용해 소송에 대비할 것”이라며 “앞으로 비슷한 해킹 피해자 구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에만 10개 이상 네이트 해킹 관련 소송 카페가 활동 중이다. SK컴즈가 직접 대응하는 소송도 전국에 20건이 넘는다. 네이트 해킹 피해자 카페 중 가장 규모가 큰 `네이트 해킹 소송 카페`는 7만여명의 회원이 있으며, 3~4일에 한번 꼴로 올라오던 신규 가입 인사도 26일 이후 하루 30~80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항소심 결과 주목=이번 판결은 인터넷 서비스 운영사에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물은 첫 사례로 주목된다. 내달 중순 예정된 경찰의 네이트 해킹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재판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SK컴즈 관계자는 “항소심에서는 보다 면밀한 증거 조사와 사실관계 제시로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법원 판결이 다른 법원에서 진행되는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법무법인 행복마루 구태언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서 충분한 증거 조사가 이뤄졌을 확률은 낮아 보인다”며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온 후 항소심에서 SK컴즈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추이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도 100만원 받을 수 있나?=집단 소송은 같은 피해자 집단의 대표가 소송을 하고 그 결과가 다른 피해자 전체에 미치는 제도다. 국내에선 증권 분야에 우선 도입됐으며 최근 발효된 개인정보보호법에 집단 분쟁 조정 조항이 들어갔다.
네이트 해킹 관련 재판은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단 소송 대상이 아니다. 한 법원에서 배상 판결이 나왔어도 후에 재판에 참여하는 사람이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앞선 판결이 선례가 될 수는 있지만, 재판 자체는 새로 시작된다.
소송 참가자 실익은 적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5년 온라인게임 리니지 아이디 및 비밀번호 노출 사건의 경우, 1심에서 1인당 500만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10만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1인당 1만~2만원씩 내야 하는 소송 참가비와 시간 투자까지 감안해야 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장윤정기자 lin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