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Trauma)`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의미하는 의학용어다. 어떤 충격으로 신체적 상처를 입었을 때 그 신체적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만 정신적 충격이 심리적으로 깊숙하게 상처를 주는 것을 뜻한다.
이를테면 자동차 사고를 경험한 사람이 운전을 주저하거나 자동차를 타지 못하고, 비행기 사고 이후 비행기를 타기 힘든 경우가 트라우마의 대표적 사례다. 이성적 판단이 아닌 감정적 혹은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통신 요금에 관한 한 우리 사회 전체의 트라우마는 중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통신 요금에 대해 모든 사람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품질 등 서비스가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통신사의 항변에는 어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으려 한다.
집단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이용자에게 이동통신 요금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는 건 사치나 다름없다. 지난달 통신요금 코리아인덱스 개발협의회가 발표한 이동통신 요금 국제 비교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10개국 평균의 67.3%에 불과하고 무선인터넷 요금은 더 낮다는 조사 결과가 순수성을 의심받는 지경에 이를 정도다. 이동통신 요금에 불신감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이동통신재판매(MVNO) 서비스 등장 이후 1일 단말자급제(블랙리스트)가 시행됐다. 이용자가 이동통신 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현명한 이용자라면 이동통신 요금에 대한 불신을 떨치고,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정답이 무엇인지 눈에 보이지 않을까 싶다.
김원배 통신방송산업부 차장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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