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전사자원관리(ERP) 기반 경영혁신은 세계 거의 모든 기업이 고민해 온 정보기술(IT) 기반 경영혁신의 주된 화두였다. 대규모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로 프로세스를 일거에 개선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IT 기반 경영혁신의 큰 물줄기를 놓고 본다면, 우리 대기업은 세계적으로 선도 기업의 위상을 누려왔다. 삼성전자 등 많은 대기업이 동종 업계에서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 기업이 새로운 경영혁신의 화두에서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소셜 기반의 혁신, 즉 소셜 엔터프라이즈 영역이다.
소셜 엔터프라이즈는 기업 안팎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사상과 기능에 정통한 기업이라는 의미로 지난해부터 많이 사용된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협업을 고도화해나가는 기업이자, SNS로 고객과 충분히 소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IT 혁신이 프로세스 개선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면 소셜 엔터프라이즈는 협업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지금 세계 많은 기업이 소셜 엔터프라이즈로 진화하기 위해 애쓰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된다.
가트너에 따르면 소셜 엔터프라이즈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 기업 내부의 소셜미디어 활용, 파트너와 소셜미디어 기반의 협업 활성화, 트위터·페이스북 등 공개 SNS 활용이 그것이다. 국내 기업은 공개 SNS 기반의 마케팅에 서서히 눈뜨고 있지만 기업 내부나 파트너와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여전히 미진하다. 소셜미디어를 마케팅 도구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닷컴의 소셜미디어 툴인 `채터`를 도입한 기업들은 이메일 사용량이 30%가량 줄고, 회의 횟수도 27%나 줄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 툴이 이메일과 회의 횟수를 줄였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통과 협업이 더 활성화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의 속성상 정보 공유와 참여가 크게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IT 기반의 경영혁신을 고민하는 기업은 소셜 엔터프라이즈 전환을 소통과 협업의 틀을 바꾸는 새로운 화두로 인식해야 한다. 다만 소셜 엔터프라이즈로 성공적으로 전이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툴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말아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부터 변해야 하고 뚜렷한 경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성공적인 변화관리 전략은 성공적인 IT 혁신을 위한 변하지 않는 원칙인 것이다.
박서기 비즈니스IT부장 sk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