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에 공정한 `게임의 법칙`을 마련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케이블TV 진영과 IPTV 진영이 대립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유료방송 시장 공정경쟁과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서둘러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지부진한 개정 논의=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5월 국무회의 통과를 목표로 했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아직 방통위 전체회의 상정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시행령 개정안 핵심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소유 규제 완화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매출 규제 완화다.
방통위는 지난 2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보고할 당시 5월까지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방통위 최종안도 아직 결정하지 못해 의결 일정을 잡지 못했다. 전체회의 의결과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 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논의가 지연되는 이유는 케이블과 IPTV 사업자 간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MSO 권역 규제를 폐지하고 가입자 수 제한을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로 완화하는 내용에 IPTV 진영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모수가 작아지는 케이블=현재 MSO 가입자 수 제한 규정은 전체 케이블 가입가구를 모수로 한다. IPTV는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모수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300만명, 케이블 가입가구 수는 1500만명 수준이다. 따라서 IPTV 사업자는 최대 770만명을 가입자로 확보할 수 있지만 MSO는 최대 500만명에 그친다.
문제는 IPTV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케이블 가입자가 이탈하면서 모수가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유료방송 시장에서 함께 경쟁한다면 IPTV와 MSO 가입자를 규제하는 모수를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콘텐츠 경쟁력 위해 규모의 경제 필수=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MPP 매출 규제 완화는 전체 PP 매출 총액 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49%까지 완화하는 내용이다. PP 업계 내부에서도 일부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 PP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정 MPP 채널이 방송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라는 설명이다. 방송법 안에 송출제한 채널 수를 규제하는 조항(전체 채널 중 SO 관계 PP나 MPP 채널을 20% 이상 임대 금지)이 있기 때문에 매출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채널이 대폭 확대되는 일은 없다는 것. 오히려 좋은 콘텐츠로 매출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늘면서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 질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현재 MSO 소유 규제는 과거 유료방송이 케이블 하나일 때 공적기능을 강조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IPTV, 위성방송, 스마트TV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MSO에게 기존처럼 고강도 소유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MPP 매출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도 “콘텐츠 산업은 창의적 산업인 동시에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며 “향후 방송시장 개방 등에 대비해 콘텐츠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장 효율성을 제한하는 규제는 완화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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